[NEW 방통위, 앞을 보자]<하>주춧돌을 놓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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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정해진 숙제만 하는 것 같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업무 분위기를 빗댄 것이다. 방통위 공무원으로서는 서운하겠지만 통신업계 안팎에서 이 같은 얘기들이 끊임없이 나온다. 사실 역대 어느 부처도 정권 마지막 해에는 소극적이라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만큼 정권 교체에 따른 정책 부침이 심했으니 부처 직원만을 탓할 문제도 아니다. 하지만 방통위는 적어도 다른 부처와 다르고, 또 달라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지난 성과에 비판적인 여론이 많지만 방통위가 쌓은 경험과 역량이 `제2의 IT코리아` 신화를 써가는 데 주춧돌이 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방통위는 4년 전 방송과 통신 융합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 유례없는 융합조직이자 합의제 기구로 출범했다. 옛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의 정보통신기술(ICT)과 방송 정책기능이 재배치됐다. 공무원과 민간 조직이 통합됐다. 장차관 독임제가 아닌 위원장과 상임위원들이 지혜를 모으는 합의제 모델을 추구했다. 시행착오를 겪기는 했지만 이 과정에서 쌓은 경험은 차기 정부에서 빛을 발할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이다.

방통위가 이를 기반으로 미래를 위한 주춧돌을 놓기 위해서는 우선 내부 조직부터 추스려야 한다. 방통위는 ICT 국가경쟁력이 떨어질 때마다 도마에 올랐다. 연초엔 방통위를 둘러싼 비리 의혹이 제기됐고 전임 위원장마저 갑자기 사퇴했다. 정권 말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내외부 악재까지 겹쳤다. 그 사이 조직원들 사기는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

이계철 신임 위원장은 취임사에서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소신있게 밀고 나가라”고 주문했다. 자신이 뒷받침하겠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조직원들이 더욱 적극적이고 책임감을 갖고 움직일 수 있도록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방침이다. 방통위는 3~4월 과장 이하 직원들 보직인사를 한다.

정책기능 측면에선 스마트 혁명을 잇는 주춧돌을 놓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애플 `아이폰 쇼크`에 제때 대응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으나 특유의 `패스트 팔로어(Fast Follewer)` 전략으로 한 고비는 넘긴 상태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서 스마트 혁명의 새로운 신화를 써야 한다.

윤찬현 KAIST 교수는 “우리나라 스마트 생태계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R&D) 역량 강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방통위가 R&D 사업을 확대해 스마트 생태계 발전 토대를 마련하도록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통위가 통신사업자, 인터넷사업자, 플랫폼업체 등과 교류하며 쌓은 다양한 경험을 스마트 생태계 발전에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아직 미완성인 방송통신 융합과 4.5~5세대로 이어지는 통신망·기술 고도화를 이어가는 것도 방통위의 남은 과제다.

차기 정부 ICT 거버넌스 개편 시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는 것도 산업계가 방통위에 기대하는 바다. 정통부 부활 목소리를 높이자는 뜻이 아니다. 정통부가 가진 장단점을 현 ICT 거버넌스 장단점과 결합해 국가 경쟁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 위원장은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새끼와 어미닭이 안팎에서 서로 쪼아야 한다는 `줄탁동기`를 취임 일성으로 밝혔다. 방통위와 기업, 국민이 서로 마음을 열고 소통해 스마트 시대의 주인공이 되자는 의지의 표현이다. 방통위가 지난 과거가 아닌 앞을 보고 달려가야 하는 이유기도 하다.


※자료: 업계 종합

[NEW 방통위, 앞을 보자]<하>주춧돌을 놓자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