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 공정기술 IBM · 삼성 등서 "빛"

국내에서 개발한 시스템반도체 고압장비공정 분야 원천기술이 삼성전자와 IBM, 글로벌파운드리 등 세계굴지 대기업 반도체 양산 공정에 잇따라 도입돼 화제다.

이 기술은 지난 2005년 광주과학기술원(GIST·총장 선우중호)이 개발, 방산기업인 풍산 미국 현지법인으로 이전됐다. 기술 업그레이드와 해외판로 개척을 거쳐 지난해 150억원 매출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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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상 GIST 교수연구팀이 고압산소 열처리를 통한 반도체 소자의 제조공정 과정을 시험 테스트하고 있다.

IBM 등에 관련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기술력과 신뢰도를 인정받은 풍산은 최근 미국과 유럽 등에 16건의 신규계약을 체결하면서 올해 400억원 매출을 바라봤다.

우리나라가 반도체 소자에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나 상대적으로 기술력이 다소 부족한 장비부문에서 이 같은 쾌거를 이루기는 처음이다. 관련업계에서는 상당히 의미있는 일로 받아 들이고 있다.

◇“도대체 무슨 기술이길래...”=고압수소열처리기술로 반도체 성능을 개선했다. 황현상 광주과기원 신소재공학부 교수연구팀은 지난 2003년 새로운 반도체 절연막인 `고유전율(high-K)` 박막 개발을 수년간 연구하다 고압수소 열처리가 트랜지스터의 특성 개선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국내 최초로 입증했다.

반도체 소자기술이 45㎚ 이하로 미세화되는 과정에서 누설전류를 줄이기 위해 고유전율박막이 도입되면서 소자 계면상 결함과 속도 저하 등의 문제점이 발생했다. 연구팀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고압열처리가 트랜지스터의 특성에 미치는 영향을 꼼꼼히 분석했다.

연구팀은 이를 토대로 기존 공정 대비, 구동전류를 15% 가까이 개선하고 반도체 소자 수명을 5~10배 이상 늘리는 고압 열처리 기술을 개발했다.

지난 2005년 7월 `고압수소 열처리를 통한 고유전율 절연막 제조공정` 특허를 미국에 등록한 연구팀은 반도체 양산과정 기술개선을 위해 원천기술을 풍산에 이전, 장비 상용화에 성공했다.

황현상 교수는 “국내 업체가 만든 장비가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 양산공정에 도입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며 “관련산업 활성화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 지경부 국제협력사업이 일냈다=반도체 양산장비 특허 및 논문발표를 위해 지난 2004년 미국을 찾은 황 교수는 세계적인 R&D 전문기관인 미국 세마텍 이병훈 프로그램 매니저를 만나면서 기술사업화에 `필`이 꽂혔다. 지식경제부도 반도체 R&D국제협력사업으로 50억원 예산을 반영해 국내기업의 해외지원을 적극 지원했다.

당시 세마텍은 클라이언트인 IBM 등과 반도체 관련 공동연구를 진행하면서 광주과기원의 반도체 양산분야의 원천기술을 소개했다. 연구결과 고압수소 열처리 방식이 8~12인치 소자 성능 개선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입증되면서 IBM은 이 기술을 양산과정에 반영했다.

관련 전문가들은 “광주과기원이 개발한 반도체 소자 원천기술이 미국에서 빛을 보게 됐다. 고압수소 열처리 방식으로 반도체 성능을 개선하는 효과를 입증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같은 인연으로 반도체 소자분야 세계적 권위자인 세마텍 이병훈 프로그램 매니저는 광주과기원 신소재공학부 교수로 초빙돼 현재 반도체 소자 및 터치패널 분야 연구를 활발히 수행하고 있다.

이병훈 교수는 “당시 광주과기원이 출원한 실리콘 트랜지스터 등 반도체 소자분야 원천기술은 완성도가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다”며 “국내 반도체 기술이 해외시장을 개척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산·학·연이 힘을 모아 모든 난관을 극복했다”고 밝혔다.


광주=서인주기자 sij@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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