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본대지진 1년] 우리원전 다시 본다

2015년 3월 11일 밤 12시. 일본 쓰시마섬 인근에서 리히터 규모 9.0의 지진이 발생한다. 고리원자력발전소에 즉각 비상벨이 울려 퍼졌다. 이어 10분 뒤 밀려올 해일에 대비하라는 경계경보가 발동됐다. 야간 근무 직원들은 비상경계령을 발동하고, 대통령실 국가위기상황센터와 해당 부처 모니터에 들어갔다.

[동일본대지진 1년] 우리원전 다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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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본대지진 1년] 우리원전 다시 본다

파고 20m짜리 쓰나미가 우려되는 상황. 건물마다 방수문이 설치됐지만, 7층 높이 해일에는 대응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직원들은 발전소 침수 시 매뉴얼대로 움직였다. 우선 원자로 가동을 중단한 후 만약을 위해 이동형 발전차량과 배터리 등을 점검했다. 5분 뒤 물이 밀려들자, 전원공급장치가 전원을 자동 차단했다. 문제는 원자로를 식힐 냉각수 공급이다. 다행히 수동형 냉각장치와 옥외 탱크를 구비해놓은 탓에 냉각수가 공급됐다. 1시간 뒤 물이 빠지자 이동형 발전차량과 배터리에서 전원공급에 나섰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국민 관심이 원전 안전에 쏠리고 있다. 특히 국내 원전은 재해에 얼마나 안전한 대책을 마련했는지가 논의의 초점이다.

총 21기가 가동 중인 국내 원전은 규모 6.5의 지진, 0.2g의 지반가속도(지진으로 건물이 받는 힘)를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 신고리 원전 3·4호기부터는 규모 6.9, 지반가속도 0.3g을 견디도록 기준을 더 높이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정부는 지난해 동일본 대지진을 교훈삼아 `지진 발생→대형 해일→전력 차단→대형 사고`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한 개선 대책을 수립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1년간 정부의 46개 권고사항을 가동 원전뿐 아니라 건설 원전까지 자발적으로 확대 적용 중이다. 개선대책은 지난해 모두 착수해 2012년 22건을 완료했다. 나머지는 2015년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우선 초대형 재난에 대응하는 매뉴얼을 제정했다. 매뉴얼은 미사일 공격, 테러, 슈퍼 태풍, 강진 등 초대형 재난 발생 시 대응절차와 제반 조치사항을 규정했다.

정영익 고리원자력본부장은 “초속 65미터급 슈퍼 태풍이나 강진 발생 시 원전을 안전하게 정지시키는 절차를 비롯해 정부, 지자체의 협조체계를 갖췄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지진 발생 시 원전 자동정지 설비 설치다. 일정규모(0.18g) 이상의 지진이 감지되면 원자로가 자동정지되도록 설비를 개선했다. 고리4, 영광2, 월성4, 울진2, 4, 5호기에 설치 완료됐다. 나머지 원전은 내년 11월까지 순차적으로 설치된다. 상대적으로 낮은 위치에 있는 고리원전 해안방벽도 타 원전 부지높이 수준(10m)으로 증축 중이다. 외부 전원이 차단되면 전원 공급 없이 작동 가능한 수소제거설비도 설치됐다.

고리 1, 2호기에는 내진 방수문이 설치된다. 원전이 물에 완전히 잠기더라도 내부 침수에 의해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차단한다.

고리원전에는 통합 스위치야드를 구축한다.

김준수 한수원 전무는 “해일과 태풍에 의한 전력공급설비 침수방지를 위해 부지 내 가장 높은 위치에 고리 1~4호기 원전 스위치야드를 통합 중”이라며 “다양한 선로를 통한 송수전 가능으로 안전성을 높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정부는 IAEA·미국·일본 등이 마련한 후쿠시마 원전사고 대응 안전개선대책을 국내 원전에 추가 적용키로 했다. IAEA, 미국, 일본은 그동안 총 70개 안전개선대책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67개가 정부가 마련한 50개 대책에 포함되지 않은 2개 대책도 국내 원전에 적용할 방침이다. 2개 대책은 `사용후 핵연료저장조 안전등급 계측기 사용` `사용후 핵연료저장조에 연료 저장 시 운전모드와 관계없는 독립 비상전원 확보`다.

2012년 국내원전 개선대책 이행계획

국내원전과 후쿠시마 원전 비교

국내원전 안전성 개선대책 주요 내용

박희범·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