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는 사망자가 없었습니다. 방사선 누출량이 체르노빌 사고의 20% 수준으로, 다행히 심각한 인명피해가 야기되진 않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장순흥 한국원자력학회장은 최근 후쿠시마 원전을 직접 둘러본 뒤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조사위 국제자문단 일원인 그는 일본 정부 요청에 따라 현장을 방문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가장 큰 피해는 다수 주민을 이주시킴으로 인해 생긴 문제라고 그는 분석했다.
“삶의 터전을 잃은 이주민들은 정상 생활이 불가능했고 이로 인한 피해는 컸습니다. 대규모 인원이 떠나면서 일대가 폐허처럼 느껴졌는데 이 같은 대규모 이주는 과도한 조치로 보입니다.”
또 일본은 중·대 규모 원자력 관련 사고를 많이 겪으면서 안전 의식은 고취됐지만 원전 운전원의 피드백과 실제조치는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국내 원전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도 제시했다.
“우선은 하드웨어 개선입니다. 중대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설계 개선이 필요하고 더 나아가 중대사고가 일어나더라도 방사능 물질이 격납용기 밖으로 누출되지 않도록 설계해야 합니다. 전원 없이도 작동하는 피동형 안전계통도 향후 개선방안에 핵심 이슈가 될 것입니다.”
매뉴얼과 절차서 강화도 지목했다. 상상 가능한 모든 사고를 고려하고 이에 대비한 매뉴얼과 절차서 개발이 현시점에서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원자력 전문인력 강화도 주문했다.
“매뉴얼이 있더라도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순발력 있게 대처할 수 있는 원자력 안전 전반의 지식을 갖춘 발전소 인력이 필요합니다. 특히 원자력 안전 연구 투자, 고급 인력 양성 투자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원자력안전은 경제와 직결되며 안전을 잃었을 때 발생하는 막대한 경제 손실은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잘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정책, 제도, 기준 보완은 그가 강조하는 부분이다.
“일본 정부는 주민 11만명을 대피시켰는데 옥내 대피 권고만으로 충분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오히려 주민 대거 대피에 따른 재산적, 심리적 피해가 커 실질적으로 기준을 완화·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동시에 사고 시 격납건물 밖으로 방사능 누출을 줄이기 위해 규정상 방출 수치를 줄일 필요가 있습니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