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일본 정부는 `장기적 탈(脫) 원자력`으로 정책 방향을 잡았다. 당장 폐기는 아니지만 안전 점검을 강화하고 신규 건설을 중단하면서 자연스럽게 원전을 없앤다는 의미다.
전력난이 우려되고 전기요금 인상도 불가피하지만 반대 여론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원전을 고집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일본 사회 화두 중 하나는 절전이 될 수밖에 없다. 기업은 다양한 절전 제품을 속속 내놓는 추세다.
◇장기적으로 원전 완전 폐기=지진 이전 원전은 일본 전력 공급의 30%를 차지했다. 원전이 없다면 일본 전체가 움직이기 힘들 정도의 수치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정책이 변화했다. 일본 국민의 방사능 공포가 극도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바뀐 정책 핵심은 원전을 새로 짓지 않고 수명이 다하면 폐쇄하는 방식이다. 여론조사 결과 역시 정기점검 중인 원전 재가동은 불가피하지만 신규 건설은 80% 이상이 반대 의견을 나타냈다.
호소노 고시 환경상 겸 원전사고담당상은 1월 말 “40년이 넘은 원전은 재가동하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정기점검으로 가동이 멈춘 스루가 1호기와 미하마 1호기는 40년이 넘었다. 원전 2기 폐쇄가 확정된 셈이다.
일본 원전은 총 54기다. 현재 니가타현에 있는 가시와자키카리와 6호기와 홋카이도 소재 도마리 3호기만 가동 중이다. 4월 말이면 정기점검으로 모두 멈춘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안전기준이 대폭 강화됐다. 재가동 요건에는 해당 지방자치단체 동의도 추가됐다.
일본 정부는 전력 수요 증가를 대비해 원전 재가동을 추진 중이지만 지자체 동의를 얻기가 만만치 않다. 후쿠이현의 오이 3호기와 4호기는 강화된 안전검사를 통과했지만 지자체 반대로 재가동이 불투명해졌다.
◇부족한 전력, 절전이 최대 화두=원전 가동 중단은 전력난으로 직결된다. 일본 정부는 모든 원전이 멈추면 전력 수요가 가장 높은 여름에 약 9.2%의 전력이 부족하다는 예측을 내놨다. 지난해 37년 만에 내려진 전력사용 제한조치가 올해도 반복될 가능성도 있다.
전기요금도 오른다. 원전 공백을 화력발전이 메워야 하는데 연료비가 필요하다. 올해 전력회사의 연료비 증액은 2조엔(약 28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에다노 유키오 경제산업상은 “원전을 가동하지 않으면 5∼15% 수준의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일본 기업은 절전 기술과 상품 개발에 나섰다. 전기를 덜 쓰는 소극적 자세를 벗어나 국가 전체 절전에 기여하고 수익성까지 낼 수 있는 길을 찾고 있다.
전자 업계는 대기전력과 전쟁을 선포했다. 가정 소비전력 7% 정도가 대기 전력으로 날아간다. 도시바는 디지털가전의 대기전력을 제로에 가깝게 줄이는 에코칩을 만들었다. 콘센트로 흘러오는 전기를 완전 차단한다. NEC도 대기전력을 없애는 반도체 기술을 개발했다.
조명 시장 변화도 두드러진다. 지난 5월 일본 조명 시장에선 LED 전구 시장 점유율이 백열전구를 처음 앞질렀다. LED 전구는 소비전력이 백열전구의 7분의 1에 불과하다. 현재 LED 전구 시장 점유율은 50%를 웃돈다.
건설 업계는 제로에너지 건축을 추진한다. 외부에서 전기를 전혀 공급받지 않고 자급자족하는 건축 기술이다. 태양광으로 전기를 얻고 열효율을 극대화하는 자재 및 공조 시스템을 추가해 에너지 손실을 줄인다.
도쿄(일본)=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