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신대륙을 찾기 위한 세계 기업들의 대항해가 시작됐다.
6일(현지시각) 독일에서 막을 연 세빗(CeBIT) 전시회에서 IBM, 마이크로소프트(MS), SAP 등 글로벌 IT 업체들은 기업 업무 환경을 클라우드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솔루션을 소개하는 데 전시공간 대부분을 할애했다.
삼성전자·캐논 등 기업용 PC와 프린터를 공급하는 기업도 클라우드 업무 시스템에 맞는 제품을 전면에 배치했다.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 등 온라인 접속이 가능한 모바일 기기를 통해 클라우드 시스템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시도도 이어졌다.
70개국 4200개 기업이 모여 최신 B2B 정보통신 기술을 선보인 이 자리에서 클라우드에 집중된 관심은 세계 기업의 전통적 업무 방식이 변곡점에 다다랐음을 증명했다.
◇과거를 잊은 `빅 플레이어들`=네트워크와 소프트웨어(SW) 기술 발전은 `언제, 어디서나, 어떤 기기로도` 업무를 이어 수행할 수 있는 클라우드 시대를 앞당겼다. 과거 SW와 하드웨어(HW)를 공급하던 IBM, SAP, MS 등 기업도 방향타를 클라우드 쪽으로 돌렸다.
IBM은 `스마트 클라우드 애플리케이션` 서버를 비롯해 `SAP 소프트웨어 맞춤형 사설 클라우드 서비스` 등을 선보였다. IBM 관계자는 “세계 기업들이 이미 핵심 시스템을 클라우드 방식으로 운영하기 시작했으며, 한국의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기업도 이미 이 제품의 고객”이라고 말했다. 데스크톱 클라우드 서비스도 눈길을 끌었다. IBM 측은 “스마트폰, 스마트패드와 PC 어떤 기기로도 하던 업무를 연속해서 할 수 있다”며 이를 위한 컨설팅부터 시스템 구축까지 모두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T-모바일 등 해외 유명 통신 사업자도 전시공간 90%를 기업용 클라우드 서비스를 소개하는 데 할애했다. 전사자원관리(ERP) 등 기업용 클라우드 서비스를 소개한 T-모바일 관계자는 “이미 독일에서만 3000여개 기업 고객을 확보했다”며 “월 사용료가 20유로 수준인 기업용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면 PC와 모바일기기로 MS 오피스와 대부분 프로그램을 가상공간에 저장해놓고 언제 어디서나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클라우드 인적자원 프로그램을 통해 기업의 인사관리를 클라우드 방식으로 운영할 수 있는 서비스도 소개했다.
아직 한국 시장에 정식 클라우드 서비스를 론칭하지 않은 SAP는 해외 시장에서는 이미 많은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고 전했다. SAP 독일 본사 관계자는 “해외 시장에서는 이미 많은 기업이 사용하고 있지만 시장이 무르익지 않는 한국 시장에 SAP 클라우드 서비스를 내놓으려면 1년가량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일즈포스닷컴을 비롯 후지쯔도 영업과 판매, 고객 관리 등을 할 수 있는 클라우드 고객관계관리(CRM) 서비스를 소개해 이목을 끄는 등 B2B를 겨냥한 대부분 다국적 기업이 클라우드 서비스를 앞다퉈 선보였다.
클라우드에 최적화된 PC, 프린터 등 업무용 기기의 변화도 눈에 띄었다. 클라우드에 최적화된 제로클라이언트 `DZ22` 제품을 소개한 후지쯔 관계자는 “스토리지와 메모리, 프로세스, OS가 전혀 없는 진정한 제로 클라이언트 PC”라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기업용 프린터를 대거 전시한 삼성전자도 웹으로 프린팅이 가능한 `이지 구글 클라우드 프린트` 클라우드 업무용 프린터를 소개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구글 이메일과 연동해 MS 오피스 등 어떤 파일도 출력 가능하다”고 말했다.
◇클라우드·모바일 시대 `맞손`=이번 전시회에서는 기업 간 합종연횡도 눈에 띄었다. SAP와 IBM, MS, 삼성전자는 기존 경쟁 관계를 허무는 새로운 협업 시대를 열었다.
IBM은 SAP SW에 최적화된 HW 서비스를 대거 선보였으며, 특히 SAP 클라우드 SW와 인메모리 어플라이언스 소프트웨어 `하나(HANA)` 기반 비즈니스웨어하우스(BW) 최적화된 자사 서버를 대거 내놓으며 눈길을 끌었다.
삼성전자는 SAP·인텔과 공동으로 메모리 반도체, SW, 프로세서를 각각 결합해 만든 비즈니스인텔리전스(BI) 서비스 효과를 소개해 이목을 끌었다.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가 인텔 제온 프로세서, SAP HANA SW와 결합해 전력소모를 낮추면서도 의사결정 속도는 높여준다는 것이 결합형 BI의 골자다. SAP 관계자는 “HANA를 위한 칩을 삼성전자 등 반도체 업체들과 협업하고 있으며 기업 시장에서 도입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했다.
SAP는 삼성전자와 기업 모바일 분야에서 파트너 관계를 과시했다. 삼성전자 모바일 기기에 탑재되는 자사 애플리케이션을 특화해 특별 전시 공간을 구성했다. SAP는 “삼성전자가 일류 전자제품 기업일 뿐 아니라 제품과 프로세스 전반에 혁신을 실현하고 있다”며 “양사의 협업으로 생산부터 물류·운영에 이르는 전사 운영을 최적화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부스를 방문한 삼성전자 관계자는 “SAP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에서 운영될 수 있는 기업용 SW를 위한 별도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하고 있다”며 “이번 전시는 이 결과물을 보여 준 것”이라고 말했다.
하노버(독일)=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