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 어느새 한국 턱밑까지 '추격'

팹리스 기업들은 오히려 국내 기업 매출 추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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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화웨이가 쿼드코어 프로세서를 개발해 자사 스마트폰에 적용하는 등 중국 반도체 설계 기술이 우리나라 턱밑까지 추격했다. 중국의 공정 기술은 아직 우리나라에 비해 낙후돼 있지만 설계 기술력은 부분적으로 오히려 한국을 앞선다는 평가다. 특히 팹리스 기업들은 오히려 국내 기업 매출을 추월한 것으로 추산돼 우리나라 기업들의 위기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화웨이와 ZTE 등 중국 세트기업은 수천명의 반도체 설계인력을 갖추고 반도체를 개발 중이다.

반도체설계전문회사(팹리스) 분야에서는 5000억원 이상을 기록 중인 기업도 다수며 올해 매출 1조원 업체도 등장할 전망이다.

이러한 중국의 힘은 최근 폐막한 MWC 2012에서 과시됐다. 화웨이는 지난 MWC 2012에서 자체 개발한 쿼드코어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사용한 스마트폰을 선보였다.

엔비디아, 퀄컴 등 전문업체 제품을 쓰지 않고 자체 개발한 쿼드코어폰을 선보인 기업은 화웨이가 유일하다. 이 스마트폰에 들어간 쿼드코어 AP `K3V2`는 화웨이와 자회사 하이실리콘이 함께 개발한 제품이다. 이 칩은 3월에 본격적으로 출시한다. 하이실리콘은 이 행사에서 LTE-FDD와 TD-LTE, 3GPP릴리스9을 함께 지원하는 세계 최초 멀티모드 베이스밴드 칩을 선보이기도 했다.

중국의 공정 기술은 한국에 비해 낙후돼 있지만, 설계 기술력은 부분적으로 오히려 한국을 앞선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리콘밸리 출신들이 중국으로 돌아가 창업이나 취업을 하는 인력들이 많은데다 정부의 지원,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세트업체들이 든든한 배경이 되고 있다. 게다가 TD-LTE(통신), CMMB(디지털방송)과 같은 중국 독자 표준이 중국 업체들의 기술력을 키우는 근간으로 작용한다.

세계 4위 휴대폰기업인 ZTE는 자체 설계 능력을 갖추고 일부 칩세트를 직접 개발하고 있다. TD-LTE 베이스밴드 칩세트나 통신장비용 칩세트를 자체 설계해 자사의 통신장비에 적용했다. 아날로그반도체까지 직접 설계해 사용하고 있다. 일부 칩은 한국에도 수출한 바 있다.

반도체설계전문(팹리스) 회사의 성장도 두드러진다. 중국의 팹리스는 500여개 기업이 있는 것으로 추산되며, 올해에는 1조원대의 기업도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IHS아이서플라이는 중국 팹리스 전체 매출이 2010년 52억달러에서 2015년 107억달러로 두 배가량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대 팹리스인 하이실리콘은 공식적으로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매출은 1조원에 조금 못미치는 8억5000만달러가량(약 9500억원)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에는 매출 10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주 매출은 화웨이에서 나온다.

베이스밴드와 RF 칩을 전문으로 하는 스프레드트럼은 2011년 매출이 전년 대비 94.7% 증가한 6억7430만달러로 껑충 뛰었다. 3G용 칩세트 부문 매출이 무려 336.8% 증가한 덕이다. 중국에 수출되는 갤럭시S2나 갤럭시 노트에도 스프레드트럼 모뎀칩이 사용됐다.

현 추세라면 1~2년 내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AP분야에서는 락칩과 인제닉의 성장이 두드러진다. 락칩은 최근 ARM 코텍스-A9 듀얼코어를 사용한 1.4㎓의 AP를 출시했다. 가격과 성능 측면에서 뛰어나다는 평가다. 이노피데이는 디지털오디오방송 칩 분야에서 선전하고 있으며, RF와 믹스드시그널 반도체를 전문으로 하는 RDA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성장도 주목할 만하다. 이 회사는 2011년 매출로 전년 대비 51% 성장한 2억8900만달러를 달성했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반도체 역사는 10~15년 정도로 짧지만 실리콘밸리 리터너(본국 귀국자)들이 주축이 돼 집중적으로 성장했다”며 “팹리스에서는 1조원 회사가 나오고 3000억원의 회사는 다수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스프레드트럼 매출추이

단위:천달러

중국 반도체, 어느새 한국 턱밑까지 '추격'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