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탕정 가보니…디스플레이 업계 위기감 팽배

#충남테크노파크 디스플레이센터에 입주해 있던 A기업은 3.3㎡당 2만원하는 임차료에 부담을 느껴 지난해 말 직원 구조조정과 함께 회사를 이전했다. 아산·탕정지역에 IT부품을 공급했던 이 기업은 직원 40명에 입주공간 200㎡(60평)를 썼지만, 인근 디스플레이 관련 업계 부품 수요가 급감하면서 회사 자체가 존립 위기에 놓였다.

#매출이 한때 3000억원을 넘던 반도체 검사장비 전문 B기업은 매출이 반토막이 났다. 탕정에 위치한 삼성전자 LCD부문으로부터 물량 주문이 거의 없어 지난 한 해 거의 손을 놨다. 대안을 모색 중이지만, 상황이 좋아질 때까지 버티는 방법 외에는 없는 것 같다고 이 회사 대표는 말했다.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 물량의 4분의 1가량을 공급하는 충남 아산·탕정 협력기업들이 휘청거리고 있다. 지난 2010년 승승장구하던 분위기가 1년 새 역전됐다. 주위에서는 삼성 LCD부문 구조조정이 임박했다는 설도 파다하다.

세계 3위 D램업체 일본 엘피다가 적자에 허덕이다 지난 27일 법원에 파산보호신청을 한 것은 상징하는 바가 크다.

조남인 선문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삼성전자 LCD사업부와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가 합쳐지면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며 “협력업체로 어떤 영향이 미칠지 점치기 어렵다”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전체 구조조정 쓰나미가 몰려올 수도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현재 충남 아산·탕정지역에는 삼성전자에 부품과 장비를 조달하는 1·2차 협력업체 100여곳이 포진해 있다.

정백운 충남벤처협회장(에버테크노 공동대표)은 “중국의 LCD 투자가 증가하고 있어 경기가 회복돼도 옛 영화를 되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하며 “반도체 경기가 워낙 안 좋아 대만이나 일본 등에서는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지만, 우리나라 기업들은 경쟁사에 비해 경쟁력이 워낙 강해 오히려 기회”라고 진단했다.

그는 또 “반도체를 활용하는 태양광모듈은 정부지원 없이는 단가를 맞출 수 없는 상황에 봉착해 있다”며 “외국과 경쟁하기 위해 품질을 높이고, 납품 기간을 단축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김종일 충남테크노파크 디스플레이센터장도 업계가 겪는 고충을 털어놓으며 “올해 LCD 업황은 지난해보다 나아질 것으로 예상하지만, 세계 반도체 시장을 좌우하는 삼성이나 LG 투자계획이 크지 않아 쉽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박진한 디스플레이뱅크 이사는 “지난해 아산·탕정지역 패널업체 매출액은 230억달러 정도 됐는데, 유럽 등 세계 경기침체로 올해 한 자릿수 성장만 해도 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양극화 현상도 나타나는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 측과 동반성장기업 대열에 들어 있는 세메스와 SFA, OLED를 생산하는 에스엔유프리시젼이나 AP시스템 등은 이 부문 매출이 오히려 더 늘었다.

업계에서는 LCD 대안이 OLED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단가를 낮추기 위한 연구개발에 나서고 있다. 현재 OLED는 40인치까지 구현돼 있고, 스마트폰 갤럭시 등에 적용되고 있다.

조남인 교수에 따르면 재료를 생산하는 롬앤하스 측에서는 OLED에 들어가는 녹색, 적색 외에 청색까지 구현했다. 형광재료는 완성된 상태고, 인광재료 연구는 현재 진행 중이다.

오왕진 충남도 과학기술담당은 “공급 과잉으로 기업들이 `죽을 맛`이란 걸 안다”며 “기업 지원을 위해 선문대 주관의 디스플레이 R&D클러스터사업단을 꾸려 시제품 제작 등을 지원하는 등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충남 아산=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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