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에너지반도체는 녹색성장의 핵심이다.”
전력에너지반도체는 전기에너지를 변화하거나 제어 처리하는 반도체를 뜻한다. 스마트그리드를 포함해 가전, 휴대폰, 자동차 등 모든 전기·전자기기에 사용된다. 전력 송배전, 전력변환, 전력변압, 전력안정, 전력효율 최적화 등 전력을 보내거나, 받거나, 변환하는 등 전력과 관련해서는 여의봉과 같은 존재다. 보통 전자기기에 들어온 전력은 상당 부분 당초 목적에 사용되기보다는 열 등으로 손실이 발생한다. 이러한 손실을 없애기 위해서는 최적 설계와 함께 전력반도체 효율이 중요하다. 우리 정부가 목표로 삼는 2030년 신재생에너지 보급률 11%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불안정한 신재생에너지를 안정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전력제어 기술이 필요하다. 정전사태 등을 방지하기 위한 안정적 전력 공급시스템을 구축하는 데도 절대적이다.
◇가파른 성장, 그칠 줄 모른다=전력반도체는 전기자동차에서부터 신재생에너지 발전, 절전형 가전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면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가트너가 지난 2010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09년 전력반도체 시장은 114억달러로 당시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4분의 1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야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전력반도체 시장은 오는 2015년까지 평균 11.5% 이상 성장하고 시장 규모도 226억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률을 나타내고 있다.
이처럼 시장성은 밝은 데 비해 우리 기업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분야 중에서 가장 큰 무역역조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 반도체기업이 메모리 강국 달성에 매달려 있을 때 시장성을 내다본 미국과 유럽, 일본 기업이 각각의 특화 시장을 선점, 자기만의 영역을 굳게 지키고 있다.
인피니언은 전력반도체 시장에서 점유율 10%를 넘어서면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도시바·페어차일드·미쓰비시·비쉐이·ST마이크로가 분야별 상위권이다.
페어차일드는 파워 모스펫(MOSFET) 분야에서 점유율 13.3%로 선두며, BJT(Bipolar Junction Transistors) 분야는 ST마이크로가 11.5%로 1위다. 파워 모듈 분야는 미쓰비시와 인피니언, 세미크론 3개 업체가 세계 시장을 63% 이상 차지하면서 선두권을 지키고 있다. 전력에너지반도체 분야 상위 20위권 이내에 일본 기업이 10개나 포진해 있다.
이에 비해 우리 현주소는 초라하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전력에너지반도체 관련 국내 기술은 선진국 대비 50~70% 수준에 그쳤다. 기술격차는 5년에 달해 국내산업의 기술종속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국내 전력반도체 생산기업은 대부분 외국계 기업이다. 매그나칩은 해외와 라이선스를 통해 저전압 모스펫을 생산하고 있다. 국내업체 중에는 KEC가 모스펫과 절연게이트 양극 트랜지스터(IGBT)를 생산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세계 선두권 기업과 기술격차는 큰 상태다. 무역 역조도 심각한 수준이다. 국내는 자체기술 부족으로 전력소자 90%, 고집적 파워 IC 95% 이상을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다.
◇늦은 만큼 추격 고삐 죈다=선진국과 기술격차는 크지만 그 차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정부 주도 아래 추진되는 다양한 사업이 서서히 성과물을 나타내고 있고 인력 양성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국내 전력반도체 연구개발사업은 시스템IC 2010사업을 통해 모바일용 파워 IC 등을 개발하는 성과를 도출했다. 전력IT사업에서는 IGBT와 인텔리전트 파워모듈(IPM) 개발에 성공했다. 국내 지능형 전력망 개발사업은 2005년부터 발전, 송배전 등 전력 네트워크 지능화를 위한 기술개발을 진행했고 2009년부터 제주도에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장기적인 목표도 세웠다. 2020년까지 소비자 측 지능화, 2030년까지 전체 전력망 지능화를 완료할 계획이다. 차세대 전력반도체 핵심 기술과 산업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지식경제부와 반도체조합을 주축으로 국가 차원의 전력반도체 관련 육성사업을 예비타당성을 거쳐 추진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초고내압 IGBT를 개발하고 극소정항을 가진 슈퍼정션 모스펫과 차세대 IGBT, 화합물전력소자, SOI, 차세대 고전압 공정 기술 등을 개발하기로 했다. 신재생에너지로 각광받는 `태양광 인버터`, 송전효율은 높이고 손실을 최소화하는 HVDC(High Voltage Direct Current) 등의 `전력 송배전 분야`, 에너지저장시스템·에어컨·냉장고·세탁기 등 `가전용 초소형 절전형 전력에너지반도체`, 전기자동차 충전 및 전원관리 시스템 등의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추진할 예정이다. 정부는 전력반도체 관련 인력 양성과 다양한 국제 협력을 통해 국내 전력반도체 전문인력 양성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서동규차장(팀장) dkseo@etnews.co.kr, 서한·양종석·윤건일·문보경·이형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