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수 칼럼] 삼성디스플레이의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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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액정표시장치(LCD)사업부를 분할한다. `삼성디스플레이`라는 자회사로 둔다. 반도체, 휴대폰과 함께 오늘의 삼성전자를 만든 핵심 사업이다. 조 단위 영업 손실을 기록했지만 매출 22조7000억원의 거대 사업부다. 삼성전자가 이런 조직을 자회사로 떼어 낸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광주전자 사례가 있지만 오래 전 일이고 규모가 작은 데다 2010년에 다시 합쳤다. LCD 분사는 삼성전자 경영 전략에 새로운 변화가 생겼음을 예고한다.

시장은 사양사업 정리로 본다.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와의 합병을 구세주로 여길 정도다. 과연 그럴까. LCD사업은 불황과 호황을 주기적으로 탄다. 지금이 불황기다. 공급도 과잉이다. 세계 경기 침체로 TV를 비롯한 완제품(세트) 수요마저 침체됐다. 이런 악재가 한꺼번에 몰리니 LCD가 사양 산업처럼 보인다. 착시일 뿐이다.

LCD 시장은 여전히 성숙기다. 포화까지 멀었다. 대체재인 아몰레드(AM OLED:능동형발광다이오드) 시장도 아직 초기다. TV시장이 당장 오지 않는다. LCD가 브라운관, PDP를 제치고 차지한 디스플레이 왕좌를 아몰레드가 차지하려면 오랜 시일이 걸린다.

LCD 분사는 삼성전자가 수십 년간 부품과 세트를 병행한 사업구조에 변화를 주려는 시도라는 게 더 맞는 분석이다. `부품+세트` 구조는 장단점이 있다. 불황기엔 강력한 힘이 된다. 경쟁사보다 더 저렴하게 부품을 조달해 완제품 가격경쟁력을 확보한다. 호황기엔 내부 물량 외에 부품 판로를 더 넓히거나 이익을 극대화하기 어렵다.

그럼 왜 불황기에 분사하느냐는 의문이 나온다. 거래처 영향이 크다. 애플을 비롯한 거래처들은 삼성전자가 부품사업에서 얻은 정보를 세트 전략에 활용한다고 의심한다. 이른바 `채널 갈등`이다. 삼성전자가 아무리 아니라 해명해도 소용없다. 그래서 지난해 7월 부품 총괄을 부활했다. 이번에 LCD까지 떼어냈다.

부품-세트 분리가 어디까지 갈지 미지수다. 거래처 반응과 내부 사업 전략에 따라 더 나아갈 수도 이 정도로 그칠 수도 있다. 거꾸로 가는 것은 당장 쉽지 않다. 삼성디스플레이, SMD, S-LCD를 합친 다음에 다시 삼성전자 부품총괄과 합치는 시나리오도 당분간 가시화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삼성전자 부품총괄은 LCD를 떼어 내는 대신 삼성LED를 합병키로 했다. 다만, LCD 분사가 삼성전자가 여러 자회사를 둔 소그룹 형태로 가는 포석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LCD 투자 전략도 달라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불황기에 경쟁사가 감산할 때 더 공격적인 투자와 영업으로 호황에 대비했다. 그런데 과거와 같은 호황기가 다시 올 것 같지 않다. 중국 생산시설을 뺀 LCD 투자는 축소될 것이다. 전자 품을 떠나는 삼성디스플레이 자체 투자 여력도 적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자회사다. 독립 계열사보다 아무래도 통제 강도가 세다. 더욱이 적자 상황이다. 혁신 압력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임직원 처우가 나빠지거나 심리 위축 가능성이 있다. 사기 저하는 분사한 이유인 LCD사업 경쟁력 강화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LCD사업부장이 설명회를 열고 동요하는 직원들을 안심시킨 것은 적절한 조치다.

자신감 회복도 시급하다. 요즘 삼성 LCD사업부에 활력이 사라졌다. 연구개발부터 마케팅까지 도전 정신이 사라졌다. 미래를 보는 통찰력도 약해졌다. 애플에 칩을 공급하는 유리한 환경에서 LCD 공급권을 LG디스플레이에 빼앗긴 게 좋은 예다.

조직 구심점도 안 보인다. 잦은 인사 개편과 조정으로 와해된 조직을 하루빨리 복구할 장수가 절실하다. 리더십 회복은 삼성디스플레이의 최우선 과제다. 여기에 이 회사는 물론이고 삼성전자 디스플레이사업 전체의 미래가 달렸다.


신화수 논설실장 hssh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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