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소재 · 부품 초일류를 꿈꾼다/아날로그반도체 (1) 신수종 반도체 산업 `아날로그` 시장을 잡아라

`이제는 아날로그다`

경쟁이 치열했던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가 확실한 승기를 잡은 이후 새로운 개척지로 아날로그가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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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크게 요동을 쳤다. PC 수요 감소 여파로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급락하면서 이에 대응을 제대로 못한 대만과 일본 기업들이 파산 직전까지 내몰리는 등 업계 전체가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가격 하락에도 미세공정 전환에 앞선 국내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상대적으로 우월한 실적을 보였다. 국내업체들은 올해 사상 최대 투자를 단행하며 완벽한 승기 잡기에 나섰다. 모바일 확산에 따라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낸드메모리 집중 강화는 국내 업체들이 내건 승부수다. 반면에 대만 반도체 기업들은 연이은 실적 하락으로 생존의 기로에 서 있고 일본의 대표적 메모리 업체인 엘피다는 정부의 자금 지원만 기대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수년 내 국내 업체를 위협할 해외 경쟁자가 없을 정도로 우리 기업들의 잔칫상이다. 그동안 메모리 산업은 `수출 1위 품목`으로 국가 경제를 먹여 살리는 중요한 기반이 됐다. 그러나 시황에 좌우되는 메모리 산업 특성상 더욱 안정적인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은 여전한 과제다.

국내 기업들이 꼽고 있는 유력 후보 가운데 하나는 아날로그 반도체다. 시장 규모도 메모리에 육박하는데다가 디지털 제품 수요가 늘어날수록 함께 성장하는 곳이다. 메모리 산업은 수요에 따라 부침이 심하지만 아날로그는 용처가 무궁무진해 품목에 따라 시장 변화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 장점이 있다.

신수종 분야로 주목하는 또 다른 이유는 접근성이다. 메모리 반도체가 앞선 기술은 물론이고 엄청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하는 거대 장치 산업인 반면에 아날로그 반도체는 아이디어만 좋다면 대형 자본이 없어도 성공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메모리가 국가대표들의 경쟁이라면 아날로그는 협업을 통한 단체전은 물론이고 개인적으로도 승리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문제는 준비다. 우리 정부나 대기업들이 메모리 산업 육성에만 매진해온 탓에 그동안 아날로그 반도체 육성을 위한 지원책이 제대로 마련되지 못했다. 최근 정부에서 아날로그 반도체 산업 육성의 필요성을 인식, 대책을 마련했으나 인력 양성 등 단편적인 지원에 머물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희망은 있다. 우리에게는 메모리로 다져진 토양이 있고 이를 기반으로 아날로그라는 신천지를 개척할 팹리스 등 중견기업의 도전 정신이 있기 때문이다.

서동규차장(팀장) dkseo@etnews.co.kr, 서한·양종석·윤건일·문보경·이형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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