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20년, 30년 전에도 있었다. 중·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30년이 넘은 50대 이상 기성세대도 아련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유쾌하지는 않지만, 교실 한 구석에서는 주먹이 오갔다. 힘 깨나 쓰는 학생들로 구성된 서클은 위협적 존재였다. 매년 학기 초 주먹서열을 정하는 비공인 전투를 통해 소위 `통`, `짱`이 탄생됐다.
그렇다면 요즘 학교폭력이 특별히 주목받는 이유는 뭘까. 학생들의 잇따른 자살이 가장 원인 중 하나다. 꽃다운 나이에, 부모들의 기대를 뒤로 하고 아파트 옥상 계단을 오르는 학생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극단적 선택을 한 학생들은 친구들로부터 주기적으로 집단폭행을 당하거나, 심한 왕따를 당했던 이들이다. 참을 수 없고, 견디기 힘든 시간을 보내다가, 이를 숙명으로 받아들였다. 사회학자 드르케임이 언급한 `숙명론적 자살`의 한 유형일 수 있다. 진정 원하지는 않았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 학교와 교육계의 현실이다.
이틀전 김황식 국무총리를 비롯 주요 부처 장관이 합동으로 학교폭력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일진 경보제, 부담임제 도입, 가해학생 처벌강화가 대책의 골자다. 주요 부처가 합의한 강력한 게임 규제안도 내놨다. 왕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왕따가 만들어 졌다. 게임이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집단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에 정부가 써준 처방전을 보면 고개가 조금 가우뚱 해 진다. 정확한 병명을 파악하고 이를 치료하기 위한 원인파악이 이뤄져야 병이 나을 수 있다. 학교폭력 문제의 해법은 학교와 교사가 보다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 학교폭력은 어쩌면 교사들이 해법을 쥐고 있다. 학생들이 숙명으로 받아들이기 전에 교사들이 개입해야 한다.
소설가 이문열씨가 지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에서 주인공 엄석대는 어떻게 되었던가. 비행 폭력을 일삼고, 절대적 복종을 요구했던 엄석대의 운명은 새로운 선생님과 함께 바뀌지 않았던가.
3월 개학을 앞둔 학교 선생님들과 교육청, 교과부 직원분들에게 소설가 이문열씨가 지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일독을 권한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