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만명이 넘는 이용자가 즐기는 게임은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온라인게임은 그 자체로 하나의 커뮤니티가 됐고, 게임을 잘하는 사람은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으로 연예인 이상의 인기를 누린다. 게임에서 만나 결혼도 하고, 사업을 함께하는 사람도 있다. 각종 미담, 선행사례도 넘쳐난다. 때로는 실제 세상에서 상상하지 못하는 일이 게임을 매개로 일어나기도 한다.
엔씨소프트의 온라인게임 `아이온`에서는 이용자들이 힘을 모아 희귀 혈액 부족으로 위험한 산모와 신생아를 살린 일이 있다. 아이온 게시판에 한 이용자가 `RH 마이너스 B형인 누나가 출산 중 과다 출혈로 위험한데 도와달라`는 글을 올렸다. RH 마이너스 혈액형은 한국인 중 0.1%에 불과하고, 이 중에서 B형이라야 하기 때문에 혈액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 사연은 삽시간에 퍼져나가 불과 몇 시간 만에 수십명의 RH 마이너스 B형 수혈자가 산모가 입원한 인천 병원에 모여들었고 이로써 무사히 출산할 수 있었다.
커뮤니티로서의 온라인게임 역할이 빛을 발한 순간이고, 게임 이용자들 간의 협력이 오프라인으로까지 이어진 사례다.
그라비티는 반가운 외국 손님을 맞은 적이 있다. `라그나로크 온라인`을 즐기는 스웨덴-미국 이용자 커플이 회사를 방문한 것. 스웨덴인 마이클 오아스트롬과 미국인 제니퍼 퍼셀 커플은 지난 2005년부터 라그나로크 미국 서비스를 즐기다 2007년 결혼했다. 현실에서라면 평생 만나는 것조차 불가능했을 이들이지만, 게임 속 세상이 인연을 이어줬다. 이들은 휴가를 이용해 한국을 방문했고, 개발사인 그라비티를 찾아 이야기를 나눴다.
희귀 난치병 `근이영양증`으로 침대에 누워 지내야만 하는 이용자가 넷마블이 서비스하는 온라인게임 `대항해시대`로 세계 일주 꿈을 가상으로나마 이룬 사례도 있다. 이 이용자의 어머니가 수술을 받아야 할 때는 대항해시대 이용자와 넷마블이 성금을 모아 전달했다. 사연을 들은 대항해시대 개발사 일본 고에이는 대항해시대 모형 배와 편지를 보내왔다.
게임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기부 등의 선행도 한다. 중국 쓰촨성 지진과 일본 대지진 같은 재난이 발생하면 어김없이 게임 이용자들이 성금을 모았다. 또 결식아동 및 불우이웃 돕기를 위해 게임사와 이용자들이 함께하는 기부도 문화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