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통신 `금맥` 찾기, 앞마당을 벗어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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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네트워크 원천기술 확보과제를 부처에 제안한 연구기관 관계자로부터 “(해당 프로젝트가)매출을 낼 수 없어 정부가 고민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원천기술 개발을 하는데, 매출 걱정을 해야하는 게 출연연의 현실이다.

 현 정부가 갖고 있는 정보통신 정책철학의 빈곤함이 대략 이 정도 수준이다. 최근 3년 동안 정부의 원천기술 연구개발투자(R&D) 예산이 해가 갈수록 줄어든 것은 이 때문이었을까.

 안정적 환경에서 미래 먹을거리 개발에 매진해야 할 국책 연구기관은 성과중심 단기 프로젝트에 매달리도록 강요받고 있다. 간부급 연구원은 예산을 확보할 수 있는 정부 과제를 따내기 위해 기획안을 만드느라 정신이 없다.

 정부가 R&D투자에 머뭇거리는데 하루 벌어 먹고살기 바쁜 기업이 나서기는 쉽지 않다. 대기업 통신 파트는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찬밥 신세다.

 그렇다고 ‘장사’가 되는 곳에 제대로 투자를 하는 것도 아니다. “도대체 어디다 돈을 쓰는지 모르겠다”는, 3년간 정부 R&D 예산투자를 지켜봤던 전(前)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의 말을 푸념으로 넘기기 어려울 만큼 산업과 연구계 곳곳에서 누수 현상이 심각하다.

 80년대 전전자교환기(TDX)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우리나라는 외국 통신기술을 국산화하는 단계를 지나 4세대(G) 기술을 선도적으로 개발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시행착오는 있었지만 남보다 앞선 인프라를 갖추고 국민에게 질 좋은 통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은 30년 전의 과감한 투자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수많은 통신 전문가들이 통신사업 미래를 걱정한다. 미래 먹을거리 성장동력 R&D에 인색한 정부에 대한 비판도 뒤따른다.

 이대로 주저앉아야 할까. 국가 차원에서 산업 현 주소를 점검하고 10년, 20년 후를 위한 투자와 준비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학계와 업계를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원천기술 확보 및 미래통신 생태계를 위한 장기 R&D 프로젝트가 당장의 성과와 매출 타령으로 변질되거나 좌절돼서는 안 된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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