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해 말 부족한 주파수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대역 일부를 서로 공유하기로 확정했다. 4G서비스와 관련해 세계적으로 관심이 높은 1.8㎓ 대역 가운데 비통신용으로 할당됐던 70㎒ 폭을 통신용으로 활용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해당 대역은 원래 군 통신용이었으나 이용이 제한적이어서 다소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CR(Cognitive Radio)’이라고 불리는 ‘주파수 공유 기술’이 산업계 핫 이슈로 떠올랐다. CR은 같은 주파수 대역에서 서로 다른 형태 서비스와 단말기를 사용하면서 주파수 간섭 등을 최소화한 기술이다. 그만큼 주파수 효율성을 극대화해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로 관심이 높다. 주파수 공유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던 통신과 방송용 대역에서 다른 형태로 주파수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미국·유럽 등 세계 주요국에서 앞다퉈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2000년대 중반 학계에서 연구 목적으로 시작한 후 기술 개발이 거의 마무리돼 빠르면 올해부터 상용화가 시작될 전망이다.
◇전파 자원 수요-공급 불균형 심각=주파수 공유 기술에 관심이 집중되는 배경은 전파 자원 특수성 때문이다. 전파 자원은 태생부터 활용이 한정돼 있다. 통신과 방송서비스로 국민 편익을 높일 수 있지만 공급 측면에서는 한계가 있다는 이야기다. 이론적으로는 무한한 자원이지만 기술적인 어려움과 선호 대역 편중 현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주파수 대역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도 전파 자원 희소성을 인정해 ‘유한한 천연 자원(Limited natural resource)’으로 규정하고 관리와 배분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주파수 자원이 부족한 데는 서비스 진화와도 밀접히 관련돼 있다. 지금처럼 통신과 방송 서비스가 보편화하기 전에는 주파수 자원 배분에 있어 별 문제가 없었다. 전파 간섭을 최소화해 무한해 보이는 자원을 나눠주면 그만이었다. 전파 자원 수요도 크지 않았다. 그러나 무선으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크게 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통신과 방송서비스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국가 경제 성장을 주도하고 미래 신산업 성장 동력을 창출하는 핵심 자원으로 전파가 떠오른 것이다. 실제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조사에 따르면 성장 기여도가 높은 IT산업 중 무선통신·방송 서비스와 기기 비중은 30%를 웃돌고 있다. BT· NT융합뿐만 아니라 자동차·조선 등 기존 전통 산업과 IT가 결합하는 데 있어 전파 자원은 촉매제로서 역할이 높아졌다. 문제는 공급이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여기에 특정 대역 수요 편중 현상으로 희소성 문제가 날로 심화되고 있다.
◇부족한 주파수 해결책으로 공유 기술 급부상=주파수 공유 기술이 전파 자원 수요-공급 불균형 현상을 해소하는 대안으로 떠오른 배경도 이 때문이다. 단순 간섭 회피만을 고려한 방식에서 전파 자원 경제적 가치를 고려하는 전파 자원 관리 체계와 전파를 복수 이용자가 공유하는 체계로 바뀐 것이다. 공유 기술은 전파 수요 증가에 따라 유한한 전파 자원을 가급적 많은 이용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전파 공급 능력을 높이자는 게 기본 개념이다.
산업계에서는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주파수 공유 기술 상용화에 나서고 있다. 먼저 특별한 기술없이 기존에 사용하는 무선국과 일정 거리 이격을 두고 활용하는 가장 기초적인 공유 방식이다. 두 번째는 기존 다른 무선국이 사용하는 시간·지역 등의 정보를 데이터베이스(DB)로 구축하고 통신망이 DB에 접속해 사용하지 않는 시간과 지역에서 공유를 통해 이용하는 ‘DB접속’ 방식이다. 이는 첫 번째 방식에 비해 주파수 이용 효율이 높아 산업계에서 상용화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미 사용 중인 무선국 전파를 센싱해 사용하지 않는 시간·지역·주파수 대역을 찾아 이용하는 ‘스펙트럼 센싱’ 방식으로 주파수 이용 효율을 두 번째 방식보다 더욱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스펙트럼 센싱 방식은 기술적 난이도가 높아 상용화까지 최소 3~5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공유 기술은 주파수 간섭을 피할 수 있도록 권역을 나눠 쓰는 물리적인 방식에서 주파수 이용정보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 비어있는 채널을 제공받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한발 나아가 자동으로 주변 주파수를 검색해 특정 가용채널에 접속하는 방식도 개발 중이다.
◇미국·유럽, 주파수 공용 기술 상용화 코앞=주요 선진국에서는 주파수 공유 기술 상용화를 위한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다. 가장 앞서가는 나라가 미국이다. 미국에서는 오는 2009년부터 사용하지 않는 TV주파수 대역에 이를 적용해 광대역 무선 랜을 허용하기로 했다. 헬스케어·스마트그리드 등 다양한 융합서비스 개발도 병행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국방부에서는 고출력 레이더용으로 일부 해안 지역과 함정에서 이용하는 3500~3650㎒ 대역을 국방부가 이용하는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 이동통신용으로 공유해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유럽에서도 일반인이 자신의 단말로 다양한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받을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전파 관리 정책 ‘WAPECS(Wireless Access Policy for Electronic Communication Services)’를 수립하고 상용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영국 오프콤은 2.6㎓ 대역을 중심으로 롱텀에벌루션(LTE) 서비스에 주파수 공유 기술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방통위는 올해 주파수 공유 가능 대역을 추가로 발굴하는 한편 M2M 등 신규 서비스 개발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TV 유휴대역 공유를 위해 올해 주파수 이용정보 DB를 구축하고 시범서비스를 실시할 예정이다. 군사통신용으로 쓰이는 1.8㎓ 대역은 지역·시간대별 공유 방식을 통해 이동통신용으로 할당하기로 했다. 공유 기술을 위한 연구 개발도 진행 중이다. 방통위는 국방부와 20억원 규모로 공유 기술 연구개발 과제를 수행 중이며 앞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도 관련 기술 확보에 두 팔을 걷어 붙였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