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경쟁` 외치기 전에 공정경쟁 틀부터

 ‘방송광고대행사(미디어렙)’ 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했다. 여야는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혔지만 4월 총선 정국에 돌입한 국회가 입법이 가능할지 미지수다.

 법안소위 통과로 미디어렙을 설립해 위탁하라는 헌법재판소 헌법불합치 판결 취지는 살아남았다. MBC와 SBS 자사 미디어렙 설립에 제동을 걸었고, 종합편성채널(종편)도 채널 승인장 교부일로부터 3년 뒤에는 미디어렙 체제에 편입시키기로 했다.

 큰 틀은 만들어졌다. 이제 미디어렙법이 본회의를 통과하도록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우려되는 건 본회의 통과를 막으려는 지상파 MBC·KBS 방송사 공세다. MBC는 보도자료에서 ‘헌법소원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무효화 싸움에 나설 것’이라며 독자 영업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지역 MBC 중소방송사와 공존하며 다양성을 지키는 공영방송의 책무는 고려하지 않았다. KBS 역시 TV수신료 인상안과 미디어렙법안을 연계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미 4·6월 임시 국회에서 TV 수신료 인상안 논쟁 때문에 밀렸던 미디어렙법안 처리를 연기하겠다는 것이다. 공영방송 역할은 찾아볼 수 없고 자사 이기주의만 판친다.

 지상파 방송사는 공공재인 주파수를 대가 없이 사용하고 있다. 주파수 없이 플랫폼 사용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개별 채널사용사업자(PP)에 비해 명백히 특혜다. 방송 시장 점유율이 60%를 넘지만 방송통신발전기금의 제작비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지 않았다. 누릴 건 다 누리면서 영업에서만 형평성을 외치면 누가 공감할 수 있을까.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시행령이나 허가조건에서 보완할 게 많다. 주파수를 쓰는 SBS에도 타 사업자와 구분되는 공적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 보도 기능을 갖춘 데다 케이블TV 황금 채널에 무혈 입성한 종편도 중소방송, 개별PP와 출발선을 맞춰야 한다.

 소모적인 논쟁으로 기본 틀도 만들지 못하게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 법안 처리 후 하위 법률을 다듬어 진정한 공정 경쟁 장을 만드는 게 방송 산업 발전을 위한 길이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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