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스타트업, 청년창업 육성에 국가명운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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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13일 서울 구로구 벤처기업협회에서 `글로벌 청년 창업 간담회`에 참석, 본 투 글로벌을 강조했다.

임진년 대한민국이 ‘창업’에 국가 명운을 걸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창업을 집권 마지막 해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다. 각 부처와 기관들도 나섰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2012년 의제도 ‘창업’으로 정했다.

 오는 6월께 서울에서는 창업을 주제로 한 대대적인 APEC 콘퍼런스가 열릴 전망이다. 러시아에서 열리는 APEC 경제장관 회의에서도 창업을 의제로 다룰 전망이다.

 바야흐로 세계가 2012년 ‘용의 해’ 화두를 창업으로 잡은 셈이다. 세계가 창업을 창조경제의 핵심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벌써부터 정부 차원의 창업 붐 조성과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벤처붐이 만들어냈던 버블이 꺼지는 과정에서 그 부작용을 학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일정 수준 버블을 만들자는 주장도 제기된다.

 홍성욱 KDB대우증권 전무는 “벤처붐 시절 국가 전체적으로 투자됐던 금액이 60조원으로 추정된다”며 “하지만 당시 버블이 만들어낸 IT로 인해 대한민국은 이후 10년을 먹고살았다”고 주장한다. 벤처붐 당시 만들어낸 벤처와 그들이 만들어낸 기술이 현재 IT강국 대한민국의 밑거름이 됐다는 주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 정권 마지막 해에 창업에 국가의 명운을 건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올해보다 내년 경제상황을 더 어둡게 전망한다. 유럽과 미국 경제의 저성장은 이미 기정사실화됐고, 유럽 주요국 정부 부채문제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세계 경제를 떠받들어온 중국 경제도 심상치 않다. 이미 중국 내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우려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아직 버틸 여력이 있다고 하지만 중국의 위기는 세계 경제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영원한 비관론자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는 이르면 내년, 늦어도 2013년쯤 세계 경제의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 우려를 경고했다. 퍼펙트 스톰은 가공할 위력을 가진 폭풍을 뜻한다. 경제 분야에서 한꺼번에 악재가 겹치는 최악의 상황을 의미한다.

 루비니 교수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 기고에서 “대선과 정권교체를 앞둔 G3(미국·유럽·중국) 정치인들이 고통스러운 숙제를 계속 미루다간 퍼펙트 스톰이 올 수 있다”며 미국의 더블딥, 유로존의 붕괴, 중국의 경착륙이 만들어낼 거대 경제 위기를 경고했다.

 무역 1조달러를 자축했지만, 수출 위주 한국경제는 이 같은 위기에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내수 부진의 신호탄은 곳곳에서 들린다. 대내외 악재에 시달릴 수 있다는 경고다.

 이런 상황에 세계는 기존 경제 체제를 뛰어넘는 새로운 부가가치의 생산을 기대한다.

 기존 신자유주의 체제 하에서 자본이 만들어낸 위기를 일부라도 극복할 수 있는 수단으로 창업을 선택한 것이다.

 국내 경제도 마찬가지다. 현재 IT 및 첨단 제조업 위주 경제 체제에서 고용과 성장을 동시에 이끄는 데는 한계가 있다. 성장의 과실에 대한 분배 문제도 끊임없이 지적된다.

 한국은 이런 상황에 대한 탈출구를 창업과 중소·중견기업 육성에서 찾은 것이다. 실업과 경제성장, 내수 그리고 분배 등 모든 경제 문제 해결의 공통분모를 창업에서 찾았다.

 이 대통령이 새해 ‘본 투 글로벌(Born to Global)’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자유무역협정(FTA) 영토 확대와 글로벌 경쟁 환경에 부합한다는 인식이다.

 2000년을 전후로 벤처붐이 일었던 시점과 환경도 달라졌다.

 경쟁구조 자체가 국내 시장만을 겨냥해서는 한계에 직면하는 구조로 변했다. 이런 구조는 반대로 창업 성공이 곧 세계 시장에서의 부가가치 생산을 의미한다.

 스마트폰 확산으로 만들어진 시장은 각 국이 아닌 세계를 대상으로 비즈니스가 진행된다. 실제로 애플이 촉발한 애플리케이션 시장은 국경 없는 글로벌 청년 창업을 가능하게 했다. 새로운 성공모델도 나타나고 있다. 커다란 비용 부담 없이 아이디어만으로 글로벌 창업이 가능한 세상이 열린 것이다. 해외 기업들 역시 한국시장에서 장벽 없는 무한경쟁에 나선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다양한 나라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경제영토가 확장, 새로운 시장 진출 기회도 열렸다.

 포화 상태에 달한 국내 인력시장을 탈피하기 위해서도 청년들이 세계로 시선을 돌려야 한다.

 여건도 준비됐다.

 우선 인력들이 변했다. 이미 어학연수와 유학 등으로 언어와 외국 문화, IT에 익숙한 인재들이 많다. 최근 애플리케이션 개발 등으로 창업하는 인력들도 처음부터 세계 시장을 겨냥한다.

 이에 부합하듯 정부 부처도 앞다퉈 창업 관련 정책 및 예산 지원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벌써 부처의 중복지원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홍성욱 KDB대우증권 전무의 지적처럼 일정부분 의도적인 부양책 없이 창업 성과를 만들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진흥공단 관계자는 “새해는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가 창업을 화두를 삼을 것”이라며 “세계가 새로운 성장동력 마련을 위해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업가정신으로 무장한 창업이 그 기반이 돼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박스/벤처 버블 효과

 1995년 벤처기업협회 설립, 1996년 코스닥시장, 1997년 벤처기업특별법 등으로 이어진 한국의 벤처는 2000년을 전후해 그 정점을 찍었다. 시장의 돈과 인력을 빠르게 흡수했고, 수백, 수천억원의 신흥 부자를 만들어냈다.

 지금은 사라진 기업도 수없이 많지만 NHN, 다음, 휴맥스, 팬택, 주성엔지니어링, 넥슨, 오슬람임플란트 등 역경을 이겨내고 성공신화를 이어가는 기업들도 수두룩하다.

 1995년 벤처기업협회 설립 당시 메디슨 하나밖에 없던 1000억원 매출 기업은 2007년 100개를 돌파했고, 2010년 315개가 됐다. 1995년 12월 출범한 벤처 운동은 15년 만에 연간 250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는 국가 신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벤처기업도 1998년 2042개에서 13배나 늘어난 2만6377개사로 증가했다.

 지난 10년을 먹여살린 한국 IT의 저력도 2000년 전후 벤처붐 효과로 설명한다.

 하지만 성장만 할 것 같던 벤처붐은 2001년 이후 세계 IT버블이 꺼지면서 끝없이 추락하게 된다. 2000년 초 1조원이 훨씬 넘던 벤처 가치가 2000년 말 10%에도 못 미치는 1000억원 이하로 폭락했다. 불법대출과 주가조작, 횡령 등으로 점철되면서 벤처는 수많은 선의의 투자자도 양산했다.

 이 과정에서 반(反)벤처 정서가 폭발했다. 그리고 이 공과를 제대로 평가받는 데 몇 년의 시간이 걸렸다. 최근에는 성공한 벤처뿐만 아니라 실패한 벤처가 만들어낸 경제 성과까지 평가한다. 당시 벤처버블이 지난 10년간 벤처기업을 먹여살릴 기술과 인력, 기업 생태계를 만들어냈다는 분석이다.

 최근 정부에서 불고 있는 창업 붐도 벌써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신세계주의가 무너지는 국내외 시장 환경 속에서 창업은 새로운 탈출구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기대 역시 크다. 2000년 벤처붐이 지난 10년을 먹여살렸듯이, 2012년 창업 붐을 통해 향후 10년간의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희망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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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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