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상반기 신입사원 공채를 진행한 한 회사 인사담당 직원은 혀를 내둘렀다. 원서를 낸 졸업 예정자 대부분이 모바일 분야 개발 자격증만 보유했기 때문이다. 모바일 쪽 사업이 없다시피 하지만 지원자 대다수가 모바일 자격증만 보유하고 있어 어쩔 수 없이 신입사원 교육에 시간과 비용을 더 들일 수밖에 없게 됐다.
세계적으로 스마트폰, 모바일 운용체계, 인터넷 서비스 시장이 확대되고 모바일 SW 개발자 수요가 늘면서 가뜩이나 인력이 부족한 SW 업계에 인력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시장에 신규 유입되는 졸업 예정자들이 모바일 분야에만 치중하고 있어 타 SW 분야 개발자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인사 담당자는 “신입사원은 약 1년 이상 지나야 SW 개발 현장에서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수준이 된다”며 “회사 비즈니스와 적합한 분야를 공부한 사람도 이 정도인데 관련성이 낮은 분야만 공부한 신입사원은 적응 기간이 더 필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대학 교수는 “이공계 학생이 적은 것도 문제지만 취업난 때문에 유행하는 기술과 산업에 맞춰 공부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교수진들도 이런 문제에 공감하지만 취업난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모바일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대학 졸업 예정자들이 관련 자격증 취득에 열심인 것처럼 유관 분야 업무 현장에서도 기존 개발자들의 모바일 교육 필요성은 크다. 그러나 회사 주도로 SW 개발자들이 새로운 분야를 공부할 수 있는 기회는 극히 드물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때문에 SW 개발자들은 바쁜 프로젝트 개발 일정을 모두 소화하면서 별도 비용과 시간을 들여 공부할 수밖에 없다. 회사에서 재교육을 위한 별도 배려가 없기 때문이다.
한 개발자는 “당장 사업에 영향을 줄 정도로 모바일 기술 적용이 필요하지만 회사 주도로 개발자들을 교육시키는 사례는 드물다”며 “살아남아야 한다는 위기감 때문에 야근과 철야 근무를 밥 먹듯 하면서도 짬을 내 개별적으로 공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개발자는 “분명 회사 생존과 직결한 분야인데도 회사가 개발자를 위해 별도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지 않아 업무 소화와 자체 재교육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좀 더 여유롭게 일하고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혁신적인 서비스와 비즈니스 모델도 구상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