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데이터 무제한` 폐지 후 이득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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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모바일 트렌드는 `데이터 폭증`으로 인한 `망 중립성` 논의, 그리고 `데이터 무제한 폐지`와 이에 따른 `합리적인 요금제 선택`으로 흐르고 있다. 모바일 데이터 트래픽이 무섭게 치솟고 있다는 것은 이미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문제는 이런 현상을 바라보는 사용자들의 곱지 않은 시선이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등의 유럽, 미국,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은 이미 데이터 무제한을 폐지했거나 대폭 축소한 상황이다. 어찌 보면 먼 나라 이야기로 들릴 수 있지만 우리나라도 망 중립성과 데이터 무제한 폐지와 관련한 논의가 시작된 상태다.

■ 정액제 폐지 반대하지만 헤비 유저 규제는 필요

실제로 지난 5일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산하의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망 중립성 정책방향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통해 이용자 권리, 공정경쟁,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발전을 고루 반영해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안)`을 발표했다. 통신사와 콘텐츠 사업자들이 100% 만족할 수 있는 결과는 아니었지만 투명한 망관리와 차단·차별금지 원칙에 대해서는 공감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 반응은 어떨까? 망 중립성이나 데이터 무제한 폐지와 관련해 공식적으로 조사된 내용은 없지만 블로그나 커뮤니티, 댓글, SNS 등을 통해 정부나 이동통신사에 대한 부정적인 목소리가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일본 경제신문인 니혼게이자이의 자매지 닛케이커뮤니케이션이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소비자들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 결과부터 말하면 일본 234개 기업 스마트폰 이용자들의 85.8%가 정액제 폐지에 반대했다. 데이터 무제한 폐지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안심하고 콘텐츠를 사용하기 어렵다`는 것.

재미있는 점은 데이터 폭증을 일으키는 일부 헤비 유저에 대해서는 50% 이상이 `상식 수준 이상의 데이터를 사용하면 별도의 요금을 받아야 한다`고 답했다. `헤비 유저의 데이터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응답도 27%에 달했다.

이 설문조사는 데이터 무제한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복잡한 심리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데이터 폭증으로 인한 피해를 공감하면서도 데이터 무제한 자체를 유지하기를 원하면서 원활한 네트워크 품질을 원하는 셈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전파는 무한정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업계 전문가는 "데이터 무제한 폐지를 반대하는 주장의 밑바탕은 전파를 무한정 써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부터 시작된다"며 "이동통신사들의 마케팅도 지적할 부분이지만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도 사용자들이 알아두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데이터 무제한으로 인해 일어나는 또 다른 현상은 데이터 소비 불균형이다. 우리나라 스마트폰 인구가 올해 가을 이후 2,000만 명을 넘었지만 전체 모바일 데이터의 대부분을 일부 헤비 유저가 이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헤비 유저의 데이터 소비량도 늘어나는 형태라 이동통신사의 통신망 투자 여력이 한쪽으로 몰리고 있다.

■ 심각한 데이터 불균형, ICT 선순환 구조 망친다

미국 리서치 업체인 닐슨컴퍼니가 미국내 스마트폰 사용자 6만 5,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상위 1%의 월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작년 1분기 1.8GB에서 올해 1분기에 4.6GB로 155% 급증했다. 상위 10%의 경우 작년 1분기에 월 500MB 수준의 데이터를 이용했지만 올 1분기에는 1GB로 2배가 올랐다.

데이터 사용량은 급증하고 있지만 사용자들의 데이터 지출 비용은 오히려 저렴해졌다. 작년 1분기에 1MB당 평균 14센트가 필요했지만 올해는 8센트에 불과하다. 심각한 데이터 불균형과 함께 이동통신사의 수익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의미다.

정보통신기술(ICT) 전문 연구소인 벨연구소에 따르면 이동통신 시장은 당장 2012년 말 투자비가 수익을 앞지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업이 이동통신망을 통해 돈을 벌어도 계속 적자를 보는 상황이 나타난다는 의미다.

또한, 일부 헤비 유저의 데이터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데이터 사용량이 소폭 상승했거나 크게 늘어나지 않은 사용자가 이를 대신 부담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닐슨컴퍼니는 데이터 무제한이 폐지되면 소비자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과 달리 일부 헤비 유저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AT&T가 데이터 무제한을 폐지한 이후 99% 이용자가 경제적으로 이득을 봤다는 결과를 내놨을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이제 막 망 중립성과 데이터 무제한 폐지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을 뿐이고 이동통신사뿐 아니라 콘텐츠 사업자와 학계, 학계 등 여러 분야 관계자들이 모여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며 "완벽한 정책은 없지만 대다수 사용자가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의 합리적인 조치가 도입될 시기가 왔다"고 설명했다

이수환 이버즈 기자 shulee@ebuz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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