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차트프로그램’ 저작권 분쟁으로 IT 업계를 뒤집어 놓았던 스페인 소프트웨어(SW) 기업 스티마소프트웨어에스엘(이하 스티마)이 국내 대표 SW 업체인 투비소프트를 고소하며 지난 2008년의 행보를 재현하고 있다.
투비소프트가 스티마의 차트프로그램을 실제 수요량보다 적게 구매한 뒤 불법복제 사용했다는 혐의 때문이다. 이에 대해 투비소프트는 ‘사실무근’이라며 법적 맞대응을 준비하고 있어 양사간 법적 분쟁이 불가피해졌다.
회사는 고소당한 사실을 장고(長考) 끝에 기자에게 털어놓았다. 상장기업이라 작은 루머에도 주식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망설이고 또 망설였다. 투비소프트가 회사의 불이익을 초래하면서까지 사건의 전말을 밝힌 것은 다름 아닌 국산 대표 SW 기업으로서의 ‘사명감’ 때문이었다. 더 이상 국산 SW 업체들이 외산 SW 업체들의 ‘아니면 말고식’ ‘찔러 보기식’ 소송에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결국 스티마 소송 건이 기사를 통해 외부에 알려진 이후 주가는 떨어졌다.
김형곤 투비소프트 대표는 “주가 변동은 일시적이겠지만 이번과 같은 ‘아니면 말고식’의 소송은 국산 SW 업체들이 그동안 노력해 왔던 것을 헛되게 하는 것”이라며 “해외 중소 SW 기업의 소송으로 우리나라 SW 업체들이 더 이상 피해를 보지 않도록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어느 회사의 말이 맞는 지는 법정에서 판가름 날 것이다. 유무죄 여부를 떠나 잡음을 키우지 않기 위해 적당한 수준에서 합의할 수도 있다. 하지만 ‘SW 저작권 침해국’이라는 오명을 벗어 던지기 위해, 외산 SW의 국산 SW 흠집내기에 희생당하기 않기 위해 맞서겠다는 투비소프트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한글과컴퓨터는 새해부터 청년인재 양성을 위해 120억원을 투자한다. 국내 SW기업으로는 이 같은 대규모 투자는 이례적인 일이다. 이홍구 한컴 대표는 이러한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그동안 국민들에게 받은 것을 되돌려주고 중소 SW기업으로서 산업발전에 기여하기 위해서 준비해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산 대표 SW 기업으로서 사회에 환원해야겠다는 사명감 때문이다.
소방관은 사명감 하나로 불구덩이에 뛰어든다. 척박한 환경에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버텨왔던 국산 SW 업체들. 이들의 ‘사명감’과 열정이 우리나라 SW 산업의 미래이자 희망이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