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학공감(産學共感) 인재를 키우자]<4>김영길 한국공학교육인증원 원장에게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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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공학교육인증원이 인증평가를 시작한지 올해로 10년째다.

 학문인증 자체가 생소했던 국내에 처음으로 공학교육인증을 시작해 국내 학문분야 인증 확산의 도화선이 됐다. 공학교육인증 10년 동안 나름의 성과도 얻었지만 반대로 적지 않은 비판도 받아야 했다. 하지만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공학인재에 대한 세계적 요구와 실무에 능한 인재를 원하는 기업의 목소리 속에 공학교육인증 필요성은 커지고 있다.

 김영길 한국공학교육인증원 원장을 만나 지난 10년간 평가와 인증제의 필요성, 향후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한국공학교육인증원(공인원)이 인증평가를 시작한지 10년이 됐다. 그동안 활동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2001년 첫 인증평가를 시작했을 때는 2개 대학, 11개 프로그램이 전부였다. 올해는 37개 대학 260개 프로그램이 평가를 받았다. 인증이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하던 설립 초기와 비교하면 놀랄만한 양적 성장이다. 우리나라 학문분야 첫 인증 평가도입이 다른 학문분야로 파급되면서 의학과 간호학, 건축학, 경영학 등 타 학문분야 인증기관도 생겨났다. 공인원이 학문 분야 인증제도 확산에 선도적 역할을 했다고 자부한다.

 우리나라 공학교육 국제적 동등성 확보도 큰 성과다. 2005년 워싱턴어코드 준회원 가입에 이어 2007년 정회원으로 승격됐다. IT 분야 국제협의체인 서울어코드 출범을 주도해 국가 위상을 높이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전문대 수준 공학학위과정 인증평가를 시작해 해당 분야 국제협의체인 시드니어코드와 더블린어코드 준회원으로 가입했다. 이로써 공인원은 공학교육 관련 국제협의체에 모두 가입한 인증기관이 됐다.

 -인증원에 대한 비판도 있다. 실제로 일선 현장에서는 아직도 인증제 도입을 거부하는 목소리도 있다.

 ▲공인원이 빠른 시간 성장했지만 인증제도 운영 전반에 대한 비난과 불만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인증제를 둘러싸고 공학공동체 내 불협화음이 조성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그동안 국제적 기준과 거리가 멀었던 우리나라 공학교육을 국제수준 관점에서 바로잡고자 한 데서 비롯된 일종의 성장통이다.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공학공동체와의 적극적인 의사소통이 중요함을 알았다. 또 대학이 인증제를 운영할 때 부딪치는 많은 어려움을 해소할 정책적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하는 계기도 됐다.

 공인원에 대한 비난 여론이 있지만 공인원이 인증제를 통해 공학교육 흐름을 바꿨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공학교육인증제도와 함께 성과 기반 교육(outcomes-based education), 교육의 지속적 품질 개선(CQI:continuous quality improvement) 등 낯선 개념들이 교육현장에 정착됐다. 기초학문 강화와 설계제도 도입 확산, 교육시스템 강조 등으로 공학 교육 토양을 바꿔 나가고 있다.

 -현재 한국 공학교육에 대해 평가한다면.

 ▲공학의 본질이자 핵심은 과학적 원리들을 창의적으로 응용해 구조물, 기계, 장치 등을 설계하고 개발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공학교육 요체는 설계 교육이다.

 우리나라 설계교육은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다. 설계교육에 대한 인식이 심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교육현장에서는 설계교육을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제대로 된 설계교육을 위한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학교도 많다. 그나마 현장에서 캡스톤디자인 관련 프로그램과 경진대회가 늘어나고 있는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교육과학기술부 산학협력선도대학(LINC) 육성사업 실시 등으로 공학교육과 산업 현장을 연계하는 산학협력교육프로그램들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 중·고등학교 연계를 통해 창의적 미래 공학도들을 양성하는 일도 시급하다.

 -공학교육인증제도 활성화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제 ‘따라잡기식 모형(catching-up)’에서 ‘선도형 모형(frontier-leading)’으로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공학교육에서 학생들의 창의력 계발을 위한 교육방법론과 융합 교육과정 개발이 중요하다. 기본은 수학과 자연과학에 기반을 둔 탄탄한 전공 관련 지식과 실력이다. 기초가 있어야 융합도 가능하다. 인증제를 통해 수학과 자연과학, 전공 실력을 갖춘 기본이 탄탄한 엔지니어를 배출할 수 있다.

 인증제는 공학교육 프로세스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지속적인 개선이 가능한 시스템 구축을 유도한다. 교수 개인 성향에 따라 교과목을 개설하거나 없앨 수 없도록 이수체계 수립과 준수를 요구한다. 이수체계를 통해 학생들은 해당 전공학문 분야 지식 구조에 따른 체계적 학습이 가능하다.

 공학교육인증제는 국가 간 인력 교류를 가능하게 하고 교육적 질을 보장하는 국제적 동등성을 전제로 하고 있다. 우리 공학인재들의 해외 진출은 인증제 활성화에 달렸다. 우리나라 공학교육 체질 개선은 공학교육인증제를 통해 가능하다. 이러한 것들이 인증제 활성화가 필요한 이유다.

 -공학교육인증제의 뚜렷한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활성화는 아직 요원하다.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것이 있다면.

 ▲대학과 공학공동체, 기업체, 정부 유관 부처 등 관련 주체들의 긴밀한 협력과 적극적 참여 의지가 중요하다. 기업들은 쓸 만한 인재가 없다고 불평하는데, 기업에서 적극적으로 원하는 인재상이나 핵심역량을 제시해야 한다. 기업 요구에 맞는 인력을 배출하면 활용은 기업 몫이다. 인증 졸업생을 우대하는 기업이 증가하면 인증제는 더욱 활성화될 거다.

 교수들의 자발적인 참여도 매우 중요하다. 대학이나 공학 분야 전문 학회를 이끄는 분들도, 인증제 평가 주체도 바로 교수다. 인증제의 교육적 열매는 오로지 교수들의 수고와 열정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인증제 운영으로 파생되는 부담을 교육적 열정으로 이겨내는 교수들이 늘어난다면 공학교육인증제는 더욱 활성화될 것이다.

 인증제와 기술사자격제도 연계는 가장 시급한 문제 중 하나다. 워싱턴어코드 정회원 국가 대부분은 인증제가 기술사자격제도가 연계돼 운영된다. 공학교육인증제도와 기술사자격제도연계는 공학공동체가 함께 풀어나가야 할 과제다.

 -외국 인증제도는 어떤가. 우리나라 공학인증제 발전 방향이 궁금하다.

 ▲외국은 학회와 교수들의 자발적인 인증평가 참여, 교육기관 특성과 자율성을 존중하는 인증평가, 인증기준의 유연한 적용 등이 정착되어 있다.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다. 인증제가 기술사자격제도와 연계되어 있는 점도 부럽다. 철저히 교육적 관점에서 인증 실효성을 찾고 인증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본다.

 공학인증제 발전 방향은 먼저 인증기준에 다양한 수요를 반영하는 것이다. 특히 산업체가 요구하는 공학인 핵심역량이 학습 성과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 △평가자 교육 강화와 평가위원 선정 방식 개선 등을 통한 평가 품질 지속적 향상 △공학교육 개선과 지속적 품질 향상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 △공학교육인증제도와 기술사자격제도 연계 통한 인증실효성 확보 △공학교육 국제적 선도 △융합과정 및 복수전공 연계가 가능한 탄력적 공학교육인증제도 운영 등이다.

 이 모든 방안을 추진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소통이다. 새해에는 대학과 학생, 공학공동체와의 소통 강화로 공학교육인증제도의 양적·질적 도약을 이끌어 내겠다.

 

 ◇김영길 원장은

김영길 원장은 현재 한동대학교 총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도 맡고 있다.

 한국인 최초로 미국 저명 과학자 인명사전인 ‘미국의 과학자들(AMWS)’에 수록됐고, 미국 ABI(American Biographical Institute) 인명사전에 ‘20세기 500명의 영향력 있는 지도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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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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