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간 ITO대체할 듯
삼성테크윈이 그래핀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파일럿라인을 구축했다. 차세대 소재인 그래핀 양산에 국내 기업이 가장 선도적으로 투자함으로써 향후 이 부문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게 됐다.
삼성테크윈은 삼성동코엑스에서 열린 그래핀워크숍에서 이달 250×350㎜ 넓이의 터치스크린패널 투명전극 대체용 그래핀 파일럿 생산라인(샘플용 생산라인) 구축을 완료했다고 20일 밝혔다.
화학증착법(CVD)을 이용하고 소재로는 구리 포일을 활용해 그래핀을 합성했다. 삼성테크윈은 이달 시험생산에 돌입한 후 내년 4배 가까이 면적을 키운 500×600㎜ 넓이의 파일럿라인을 완공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이후 롤러인쇄기로 찍어내듯 생산성을 높인 롤투롤 공정도입도 추진키로 했다.
삼성테크윈은 성균관대와 함께 30인치급 대면적 그래핀 필름을 제작하는 데 성공,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바 있다. 그래핀을 합성한 후 이를 폴리에스터(PE)필름에 부착, 투명전극 필름용으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삼성테크윈은 RT(Rapid Thermal)-CVD를 활용해 그래핀 합성시간을 기존 300분에서 40분으로 7분의 1 수준으로 줄이는 데에도 성공했다.
스마트폰 터치패널 핵심소재인 투명전극 시장은 매년 22% 성장해 2013년에는 1조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그동안 투명전극 시장은 인듐틴옥사이드(ITO) 필름이 대부분을 차지했으나 희소금속을 사용하는데다가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에서는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지적돼왔다.
그래핀을 이용해 투명전극을 만들 경우 터치패널을 보다 얇고 투명하게 만들 수 있다. 휘어지는 디스플레이에도 적용할 수 있으며 디스플레이 밝기를 20~30% 향상시킬 수도 있다.
조승민 삼성테크윈 수석연구원은 “미국과 일본 기업들이 CNT나 은 와이어 잉크 등 신규 투명 전극 소재를 적극 개발하고 있다”며 “테크윈도 투명전극 소재를 찾다 그래핀에 투자했다”고 말했다.
삼성테크윈이 파일럿 라인을 정상 가동하면 대략 1500만원 정도 하는 고가투명전극 필름을 10만원 이하로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격대면 휴대폰을 비롯해 다양한 영역에 적용이 가능하다.
삼성테크윈뿐만 아니라 포스코·LG 화학·엔바로텍·동진세미켐 등이 그래핀 양산에 도전하고 있다. 동진세미켐은 코팅 및 인쇄전자용 그래핀잉크를, 포스코는 그래핀 저가 생산기술을, LG화학은 디스플레이와 2차전지에서 응용할 방법을 찾고 있다. 그래핀 핵심 특허에서도 미국에 이어 한국이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연구가 활발한 상황이다.
홍병희 서울대 교수는 “그래핀은 단순히 특성이 좋을 뿐 아니라 희소자원인 인듐을 대체할 수 있어 자원 측면에서도 이점이 크다”며 “한국의 기업들이 그래핀 응용, 양산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