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수 칼럼] `김정일`과 `소녀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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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년 전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1년을 보냈다. 만난 미국인들은 ‘사우스 코리아’에서 왔다고 하면 다짜고짜 ‘김정일’ 얘기부터 꺼낸다. 이어지는 질문. “그 친구, 어찌 해야 해?”

 충격이었다. 미국인에게 ‘코리아’란 이미지는 곧 북한 김정일 위원장이었다. 열에 다섯은 그랬다. 나이 든 백인은 더했다. 남·북한을 구분하는 이도 적다. 이웃나라 일본과 왜 갈등하는지 아는 이는 더욱 드물다. OECD 가입 국가를 여전히 헐벗고 굶주린 나라로 아는 이도 있다. 캐나다인도 그랬다. 유럽인은 조금 덜하지만 별 차이 없다. 내게만 그런 줄 알았다. 외국인을 만나본 다른 사람들 얘기가 엇비슷했다.

 미국인 인식에 변화가 생겼다. 2006년 3월이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라운드와 결선이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렸다. 한국은 2라운드에서 멕시코, 미국, 일본을 연거푸 이겼다. 이상한 대진표 탓에 결승전 문턱서 주저앉았지만 미국, 일본을 압도한 한국 야구 실력에 미국인들이 깜짝 놀랐다. ‘이승엽’을 안다는 이가 생겼다. ‘김정일’ 얘기는 조금씩 줄었다.

 같은 미국인이라도 아시아계가 한국을 더 잘 안다. 인종적, 문화적 동질감이 있다. 이들은 아시아 방송프로그램을 보여주는 TV채널을 많이 본다. 아시안이 많은 캘리포니아에선 백인, 흑인도 많이 본다고 한다. 한국 드라마가 인기를 끌었다. 미국인의 질문이 야구에서 ‘대장금’과 ‘한식’으로 바뀌었다. ‘김연아’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2006년부터 세계무대에 이름을 알린 그는 2009년 세계선수권대회,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우승으로 세계적인 스타가 됐다. 피겨스케이팅은 선진국 스포츠다. 그의 우아함은 독재, 거리 시위, 수출 등 딱딱한 한국 이미지를 부드럽게 바꿔놓았다.

 지금은 ‘소녀시대’ ‘원더걸스’ ‘2NE1’ 등 걸 그룹이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세계 곳곳에 K팝(POP)을 퍼뜨린다. 이들의 춤과 노래를 흉내내고 따라 부르는 젊은이가 아시아뿐만 아니라 북미, 유럽, 아프리카, 남미에도 많다. 영미 팝 스타도 ‘유튜브’ 동영상 조회 지역과 열기를 보면 K팝 스타에 밀린다. 코리아 이미지에 ‘세련’과 ‘힘’이 새로 붙었다. K팝 팬들은 한국 영화, 드라마, 음식을 찾는다. 한글도 배운다. 전자제품도 인기다. 마치 우리가 미국 팝스타와 일본 애니메이션에 열광해 미국, 일본의 문화와 상품을 최고로 여긴 수십년 전 모습 그대로다.

 코리아 이미지 개선엔 삼성, LG, 현대기아차도 한몫했다. 충분하지는 않았다. 일본 기업으로 아는 외국인이 여전히 많다. 몰라주는 그들만 탓할 게 아니다. 마케팅 차원에서 한국 업체임을 숨겼다. 심지어 스모, 일식, 닌자를 들먹인 자동차, 전자제품 광고도 있었다. 지금은 한류 열풍에 편승한다.

 ‘김정일’은 미국뿐만 아니라 코리아 이미지에 ‘가시’와 같은 존재다. 더 이상 ‘김정일=코리아’ 등식은 없다. 세계 미디어를 도배한 사망 소식은 그 마침표 선언이다. 북한이 핵 위협을 계속하면 세계 미디어 관심은 여전하겠지만 예전 같지 않을 것이다. 인구 변화가 이를 예고한다. 한국인을 그릇되게 묘사한 TV드라마 ‘매시’(MASH:1972~1983년)를 본 이는 주는 동안 K팝을 아는 이는 는다.

 코리아 이미지를 더 높일 때다. 박지성, 소녀시대와 같은 스포츠, 연예 스타가 맨 앞에 섰다. 앞으론 더 많은 기업과 문화 세력이 나서야 한다. 앞선 통신과 온라인게임도 좋다. 한글도, 온돌도 좋은 거리다. 서로 선순환한다. 남북 대화와 협력 분위기 조성은 필수다. 북의 핵 위협 억제 카드다. 어렵게 되찾은 코리아 이미지를 북한 ‘김정은’에게 또다시 넘겨줘야 하겠는가.


 신화수 논설실장 hssh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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