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중국·독일 등 정부 유관 기관들이 세계일류소재(WPM) 사업을 먼저 알고 함께 할 수 있는지 문의해 옵니다. 경기 불황을 돌파하는 뚝심이나 단기간 내 전자 산업을 주도하는 위상에 올라선 사실을 볼 때 한국이 향후 소재 시장에서도 뭔가 큰 ‘일’을 낼 수 있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서영주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원장은 WPM 사업을 통해 우리나라 제조업의 마지막 종착점, 소재 산업이 세계 일류로 도약할 수 있는 기틀을 만들 것이라고 확신했다. 내로라하는 해외 대기업과 학교·연구소에서 한국의 WPM 사업에 먼저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와 확연히 달라진 우리나라의 위상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이른바 글로벌 오픈 이노베이션을 실천적으로 구현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이유다. 현재 국내 소재 산업은 잘해야 ‘빠른 추격자(패스트 팔로어)’ 정도의 위상이다. WPM은 ‘선도자(퍼스트 무버)’로 승격시킬 수 있는 기폭제지만, 그동안 열악했던 우리만의 힘으로는 성공시키기 버거운 게 사실이다.
서 원장은 “해외 선진국들은 차세대 소재가 향후 세계 제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면서 “한국의 저력을 눈으로 확인했기 때문에 지금이야말로 오픈 이노베이션을 적극 추진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내년부터는 다국적 수요 기업들을 대상으로 기술교류회와 워크숍 등을 상시화하고 해외 파견관을 통해 선진국 현지의 유망한 곳들을 직접 물색할 예정이다.
WPM 사업이 우리나라를 소재 강국으로 만들 핵심 프로젝트지만 그렇다고 대기업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10개 WPM 사업단 소속 참여 기업 152개 가운데 대기업은 22개에 불과하다. 오히려 중소기업이 38개로 더 많다. 서 원장은 “우리나라에서 전후방을 아우르는 소재 산업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게 WPM 사업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역설했다.
이런 지향점을 실현하기 위해 내년부터는 각종 인센티브 제도와 평가를 통해 WPM 사업의 실효성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연구개발 실적에 따라 예산을 차등 지원하는 한편, 사업단간 협력에 적극적인 곳에는 평가 때 가점을 부여할 예정이다. 양산(사업화) 투자를 조기에 앞당기거나 중소기업 지원 실적이 많은 사업단에는 역시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서 원장은 “WPM 사업이 3년차로 접어들면서 한층 업그레이드될 것”이라며 “성과물도 당초 2018년 목표 연도보다 훨씬 더 빨리 창출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