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박한 IST-현대 막후협상 순간

 우왕좌왕하는 현대그룹 때문에 새로운 비즈니스를 기대하는 1800여 중소기업과 새로운 이동통신사업자 탄생을 기대하던 5000만 휴대폰 이용자들 모두 큰 혼란을 겪었다.

 말 그대로 ‘안갯속’이었다. 지난 12일 오후 현대그룹이 IST 투자 취소를 발표한 후 14일 청문심사가 끝날 때까지 현대그룹의 갈지자 행보로 혼선이 빚어졌다.

 12일 오후. 현대는 계열사 현대유엔아이 명의로 보도자료를 내고 IST 투자 철회 방침을 밝혔다. 현대유엔아이는 “컨소시엄 내 여러 복잡한 문제로 원만한 사업추진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판단돼 투자를 포기하기로 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수일 전부터 IST와 경영권을 놓고 마찰을 빚어온 터였다. 단독대표였던 양승택 IST 대표와 현대라는 상징성에 걸맞은 주도권을 거머쥐고 싶었던 현대그룹의 이해관계가 충돌했다. 양측은 12일 오전 마지막 조율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결국 현대는 투자 철회라는 최악의 카드를 내놓았다. IST가 적격심사를 통과하고 본 심사를 기다리는 상황이었던 점을 감안할 때 이해하기 어려운 반응이었다.

 이후 상황은 긴박하게 돌아갔다. IST는 현대와 재협상을 시도했다. 현대 역시 보도자료를 냈지만 정작 IST에는 투자철회 방침을 공식 통보하지 않아 협상 여지를 남겨놓았다.

 13일 오후. 재협상이 본격화됐다. 양측은 서로가 원하는 사항을 확인한 후 조율을 시도했다. 재협상은 쉽지 않았다. 13일 늦은 저녁까지 협상이 이어졌다.

 자정이 가까워오면서 양측이 공동대표체제 방식으로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아직 최종결정권자의 선택이 남았지만 9부 능선을 넘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를 반영하듯 다음날인 14일 오전 9시 30분 방송통신위원회가 긴급브리핑을 열어 “현대가 다시 IST에 투자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른 아침 현대유엔아이 임원이 방통위를 찾아와 투자 참여 의사를 밝혔다는 설명이다.

 비슷한 시각 경기도 양평 코바코연수원에서 양승택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IST에 대한 청문심사가 시작됐다. 좌초되는 듯 했던 IST가 다시 힘을 받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도 잠시. 방통위는 30분도 지나지 않아 다시 긴급브리핑을 갖고 “현대가 투자 철회 의사를 공식 통보했다”고 발표했다.

 2000억원에 이르는 투자 결정이 1시간여 만에 오락가락한 셈이다. 국내 굴지의 그룹이 취한 행보라기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무책임한 태도였다.

 현대가 마지막에 혼선을 빚은 정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현대유엔아이 임원이 방통위에 참여 의사를 전한 것에 비춰볼 때 실무급 협상은 이뤄졌지만 최고위층 의사결정 과정에서 어긋났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현대’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는 행보에 IST에 투자를 결정한 1800여개 중소사업자들은 실망감을 금치 못했다. 5000만 휴대폰 이용자들도 현대를 통해 저렴한 이동통신서비스 시대가 열리기를 바랐던 기대감을 접어야 했다.

 결국 업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현대의 이통 시장 진출 시도는 혼란만 야기하고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한 채 해프닝으로 마무리됐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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