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이 14일 도쿄거래소에 상장한다. 국내 최대 게임사의 일본 증시 상장을 두고 한·일 양국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일본 시장은 상대적으로 보수적 의견을 내놨고, 온라인게임 시장이 큰 국내의 경우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가 높은 상황이다.
넥슨코리아·넥슨아메리카·넥슨유럽을 100% 자회사로 둔 넥슨 일본법인이 도쿄거래소에 공모가 1300엔으로 상장, 14일부터 거래를 시작한다. 공모가를 두고 넥슨 내부에서는 예상보다 낮게 책정됐다는 분위기며, 일본 시장 내 분위기는 적절하다는 평가가 앞선다. 넥슨이 차입금 상환 등 보수적인 투자 계획을 밝히자 향후 공격적 투자 진행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일본 최대 기업공개, 예상보다 “보수적 전망”=넥슨의 일본 증시 상장은 올해 일본 증시 최대 기업공개(IPO)에 해당한다. 그러나 일본 내 분위기는 담담하다. 당초 예상 가격이었던 1200~1400엔의 중간인 1300엔으로 공모가가 정해진 것도 엇갈린 시장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총 5530억엔 상당 시가총액은 13일 도쿄거래소 기준 6175억엔 규모 일본 내 최대 모바일서비스 업체인 그리(GREE)에 못 미친다. 그 뒤를 4155억엔의 세가, 3583억엔의 디엔에이(DeNA)가 잇고 있다.
게임사로 닌텐도, 스퀘어에닉스, 코나미 등과 비교된다. 하지만 온라인게임 사업이 콘솔게임 사업 위주 기존 업체들과 사업영역이 겹치지 않아 직접 비교는 어렵다는 것이 일본 내 시각이다. 코스닥과 마찬가지로 자스닥에 상장된 소프트뱅크 계열 온라인게임 자회사 ‘겅호’와 온라인게임 사업이란 부분에서 유사하지만 사업영역이나 매출 규모는 넥슨이 훨씬 크다.
일본 게임시장이 콘솔과 PC게임 위주이며, 온라인 게임이 아직 일부 마니아층 영역이라는 점도 갑작스러운 상승을 이끌어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일본 내 유력지인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넥슨이 1000억엔에 달하는 조달 자금 중 일부를 국내 부동산 투자와 건물 확보에 쓰이는 점을 지적했다. 넥슨은 공모액 중 일부를 강남 및 판교에 사옥 건립을 위한 차입금 상환에 쓸 방침이다.
장기적으로는 기업 투자 및 인수 계획을 밝혔지만, 넥슨이 당분간 안전한 금융상품 운용으로 돌리겠다고 밝힌 점을 들며, 보수적인 투자 전망 의견을 내놨다.
◇자회사와 국내 게임업체 동반상승 주목=넥슨의 이번 증시 상장으로 자회사 동반상승과 엔씨소프트, 네오위즈게임즈 등 국내 게임사 가치평가도 새롭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가 높다. 공모가가 확정된 지난 5일부터 JCE, 게임하이 등 넥슨 자회사 주가는 일제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일본과 달리 국내는 온라인게임 시장 크기가 압도적인 만큼 기관 및 개인투자자 관심도 뜨겁다. 당초 시가총액을 10조원 상당으로 내다봤으며, 최소 금액이 1억원으로 국내에서는 제한된 청약 대행 접수에도 개인이 290억원에 달하는 뭉칫돈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병태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까지 국내 온라인게임사는 해외에서 직접적으로 비교할 만한 회사가 없었다”면서 “만약에 넥슨 주가수익비율(PER)가 12배 정도에 머문다면 국내 온라인게임사 기업성장가치(밸류에이션)에도 상대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본 내 주가 상승이 국내 게임주 재평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