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기획-블랙박스] 블랙박스 운전자 필수용품으로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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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비게이션에 이어 블랙박스가 자동차 운전자의 필수 용품으로 빠르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내비게이션이 초행길도 빠르고 쉽게 찾아갈 수 있도록 해준다면 블랙박스는 안전 운행을 위해 주행 정보를 모두 기록함으로써 만약에 있을 사고에 대비한다.

 당초 블랙박스는 항공기 비행 정보 기록 위주로 적용돼 왔다. 접촉사고 등 크고 작은 주행 사고가 빈번히 발생하면서 사고 당시 정확한 상황을 기록할 수 있는 차량용 제품이 급속하게 채택되고 있다.

 아찔한 사고 순간이나 상식 이하로 운전하는 차량 모습이 기록된 블랙박스 영상들은 인터넷에서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며 블랙박스의 필요성을 상기시켰다. 일례로 최근 서울 신길동에서 천공기가 쓰러진 사고는 블랙박스 영상을 통해 많은 누리꾼들이 아찔했던 사고 당시 현장을 가감 없이 공유하는 수단이 됐다.

 자동차 운전자에게 필수 용품이 된 내비게이션은 두꺼운 지도책을 펼쳐들고 길을 확인하거나 지나는 사람에게 길을 묻는 번거로움에서 해방시킨 고마운 IT기기다. 블랙박스도 내비게이션에 이어 제2의 필수 자동차 용품으로 빠르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블랙박스는 사고 발생 시 양측 운전자가 서로 다른 정황을 주장하다 감정을 상하게 만들거나 사고 정황을 제대로 입증하지 못해 부당한 합의금을 물어 억울해 하는 경우를 줄여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전 차량 의무 장착하면 시장 10배 커져= 지난해 차량용 블랙박스 시장은 약 25만대 규모를 형성했다. 올해는 두 배 성장한 50만대 이상 규모가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내년에도 빠른 속도로 시장이 성장할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이 같은 성장 동력은 국내외에서 차량용 블랙박스 장착을 의무화하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는데서 기인한다. 이미 유럽은 지난해부터 모든 차량에 블랙박스 장착을 의무화했다. 미국은 올해부터 4.5톤 이하 모든 차량에 부착할 것을 지정했다.

 일본은 가장 빨리 블랙박스 도입을 의무화했다. 지난 2004년 차량용 블랙박스 도입을 실시했으며 후지택시, MK택시 등 대형 택시회사를 중심으로 차량용 블랙박스 장착을 의무화했다. 중국도 도로교통법을 개정해 모든 트럭, 버스, 택시에 첨단 운행기록장치 부착을 의무화했다. 중국이 세계 자동차 판매 1위 시장임을 감안할 때 향후 파급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교통안전법 개정안을 통해 2010년부터 2013년까지 택시, 버스, 트럭 등 상업용 차량에 디지털 운행기록계를 의무 장착하도록 했다.

 블랙박스 장착 의무화 대상이 전체 자동차로 확산되면 파급 효과는 어마어마하다. 지난 11월 기준 국내 자동차 누적 보급대수 1844만대 중 상업용 자동차 비중은 약 5.5%(101만대)다. 나머지는 자가용 94.1%(1736만대), 관용차량 0.4%(6만9000대)이므로 잠재 시장이 10배 이상 커질 수 있다.

 블랙박스 장착 차량에 보험사가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정책도 시장 확대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블랙박스를 장착하고 이를 보험사에 고지하면 자동차 보험료를 평균 3~5% 할인받을 수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지방이나 심야·새벽 시간 대에 사고가 발생하면 목격자를 찾기 힘들고 사고 정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사고 정황이 뒤바뀌는 사례가 종종 있다”며 “블랙박스가 사고 정황을 가장 확실히 파악할 수 있는 수단이어서 보험사도 블랙박스 확대를 반기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해외 시장도 잠재 가능성이 크다. 블랙박스 도입이 활발한 일본, 미국, 유럽을 비롯해 러시아, 동남아, 중국, 인도 등도 국내 기업들의 새로운 수출 시장이 되고 있다. 특히 동남아, 중국, 인도는 자동차 시장 규모가 급속히 확대되면서 안전 운행 이슈도 함께 커지고 있어 국내 기업들이 시장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시장 난립·저가 경쟁 우려…차별화 필수= 현재 국내 차량용 블랙박스 시장에는 130여개 업체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팅크웨어가 약 30% 점유율로 시장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파인디지털, 아이트로닉스, 큐알온텍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최근에는 기존 내비게이션 제조사가 신규 사업으로 블랙박스 시장에 잇달아 진출하고 있다. PMP 전문기업 코원이 블랙박스 시장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았으며 미오테크놀로지도 블랙박스를 선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블랙박스, 내비게이션, 스마트패드를 한 데 구현한 ‘미오패드6’를 선보이며 새로운 시장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평소에는 스마트패드로 활용하고 차 안에서는 블랙박스와 내비게이션 기능을 동시에 구현하도록 차별화를 꾀한 것. 삼성 내비게이션을 생산하는 서울통신기술은 블랙박스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이 외에 다양한 업계에서 블랙박스 시장에 새롭게 진출하고 있다. 셋톱박스 업체 현대디지탈테크는 후발주자인 점을 감안해 국내 시장보다는 해외 저개발 국가를 타깃으로 삼았다. 차량 보급이 빠르게 증가하는 인도 등에서 블랙박스 시장을 개척한다는 전략이다.

 블랙박스를 단순 하드웨어가 아닌 스마트카 구현을 위한 핵심기기 중 하나로 선보이는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내비게이션, 블랙박스, 하이패스 등 차량 내 하드웨어 기기를 차량 내·외부와 연동함으로써 다양한 주행정보와 부가 정보를 실시간 송수신할 수 있는 스마트카 구현의 일환으로 본 것이다.

 PC기업 TG삼보컴퓨터는 스마트카 토털 솔루션을 선보인다는 전략이다. 우선 공개한 블랙박스 신제품을 시작으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스마트카 토털 솔루션을 주력 신사업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팅크웨어 최대 주주로 올라선 유비벨록스도 팅크웨어의 내비게이션과 블랙박스, 전자지도를 활용해 스마트카 사업에 속도를 낸다는 전략이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 기업들이 속속 시장에 진출하는 이유는 기술 진입장벽이 낮아 기존 하드웨어 기술력을 기반으로 새롭게 진출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기 때문이다.

 블랙박스 업계 한 관계자는 “각 제품 간 이렇다 할 차별점이 없고 기술 수준도 비슷해 저가 경쟁이 시작되고 있다”며 “중국의 저가 공세에서 살아남고 해외 선진시장으로 진출하려면 제품과 기술 차별화를 반드시 실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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