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 CEO]장상환 기산전자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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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상환 사장은 경남 밀양 출신이다. 1977년 부산 고등기술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여느 공고 졸업생들처럼 생산직으로 입사했다. 계수기를 만드는 신성전자라는 회사였다. 하지만 본래부터 단순 생산보다는 신제품 개발에 흥미가 있었다. 그래서 1년 후 연구개발로 업무를 바꿨다. 국내 최초 지폐계수기 개발에도 참여했다. 나중엔 회사에서도 독립적으로 연구개발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줬다. 서른 살 때까지 10년을 일했다. 한국전력에 장비를 납품해야 했던 어느 달엔 시간에 쫓겨 밤샘 야근을 밥 먹듯이 했다. 나중에 보니 특근 시간만 150시간이었다. 그만큼 일이 재미있었다. 그리고 서른 살 때 더 높은 가능성을 찾아 창업했다. 사업 성장을 위해 영업 거점을 부산에서 서울로 옮겼다. IMF 시절 등 몇 번의 위기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기발한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뿐만이 아닌 세계에서 앞서가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올해 매출 540억원을 목표하는 기산전자다.

 장상환 기산전자 사장의 장점 중 하나는 성실함이다. 약관의 나이에 취업해 1년 동안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 그보다 늦게 들어왔지만 나이는 훨씬 많은 직원들을 통제하고 기술·생산을 지도했다. 그런 성실함과 리더십이 윗사람 눈에 띄었다. 떼를 써서 연구개발로 업무를 바꿀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성실함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제품 개발을 통해 머릿속으로 상상했던 것들이 현실로 나타나는 것은 큰 희열이었다. 중소기업이었기에 개발 영역에 제한도 없었다. 아이디어를 더욱 다양화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 통신장비, 회전수 측정(RPM) 미터기, 전자회로 등 여러 가지를 개발했다. 선박이 조난당했을 때 사용하는 모스부호 발신기도 기억에 남는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신규 연구개발에 대한 회사 투자가 제대로 이어지질 않았다. 장 사장 스스로도 좀 더 안정적인 직장을 찾고 싶었다. 1987년 입사 10년 만에 사표를 냈다. 고민은 두 가지였다. 구미에 좋은 직장 입사가 결정됐는데 그곳으로 갈지, 창업을 할지였다. 결국 창업으로 마음을 굳히고 이듬해 ‘기산전자공업사’란 이름으로 1인 창업을 했다.

 길가에 위치한 4평 규모 점포에 계측기 한두 대가 전부였다. 초기엔 기존에 알던 인맥들에게서 간단한 기능의 제품을 주문받았다. 직접 주문과 설계, 제작, 납품까지 책임졌다. 1년 가까이 혼자서 일했다.

 입소문을 타고 일거리가 늘어나면서 매년 1명꼴로 직원이 늘어났다. 그렇게 7~8년을 지내면서 매출뿐만 아니라 직원도 10명 이상 증가했다. 1995년 법인으로 전환하고 주문 제작 형태에서 탈피, 본격적인 개발 사업을 시작했다.

 장 사장이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당시 일본과 영국 등 외국에서 전량 수입하던 지폐정사기를 국산 기술로 개발해보자는 것이었다. 지폐정사기는 단순한 계수 기능 외에 지폐를 분류·식별해주는 기능까지 갖춘 고급 장비다. 지폐의 종류와 훼손도, 위폐도 감별해준다.

 2년 동안 전 직원이 고생한 끝에 1997년 순수 국산기술로 만든 최초 지폐정사기가 탄생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기산전자에도 IMF 위기 여파가 닥쳤다. 매출이 떨어지면서 장 사장에게 첫 번째 위기가 찾아왔다. 주로 은행을 상대로 영업을 해야 했기에 1997년 서울 사무소를 개설하면서 타개책을 찾았다. 이듬해 영업에 힘을 쏟기 위해 서울로 집을 옮겼다. 반년 가까이 1주일에 한 번씩 부산 본사를 오가는 생활이 시작됐다.

 불편하기도 했지만 사업 확장을 위해선 부산 본사를 영업 거점인 서울로 옮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대부분 직원들과 함께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새 터를 잡았다. 이후 서서히 판매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1999년부터는 본격적으로 바빠졌다.

 “지폐정사기는 지폐 종류와 앞뒷면, 헌 돈과 새 돈, 낙서 등 오염물질·위폐 등을 정확히 구분하기 때문에 일반 창구에서 사용하는 계수기보다 고가입니다. 하지만 당시 사용되던 일본과 영국산 기기는 우리 지폐정사기보다 최대 4배 비쌌습니다. 결국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2000년대 초반 국내 시장 점유율을 90%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습니다.”

 헌 돈과 새 돈을 구분하지 않으면 금융자동화기기(ATM)에 넣을 때 종이 걸림(jam) 현상이 생긴다. 이 외에도 다양한 목적 때문에 은행 각 지점마다 지폐정사기를 갖추고 있었다. 이런 은행들에 일단 6개월에서 1년 정도 사용을 해 보고 구입하라는 영업 전략을 펼쳤다. 성능이 검증되자 여기저기서 주문이 늘어났다. 회사에 대한 신뢰도 쌓여갔다.

 2002년엔 해외 전자제품 전시회에도 출품했다. 하지만 외국엔 화폐 종류도 많을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환경이 한국과 달랐다. 수출을 위해선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또 다시 3년여에 걸쳐 수출용 모델을 개발했다. 그렇게 개발된 ‘K500’은 2004년부터 독일을 시작으로 여러 나라에 수출되기 시작했다. 러시아에서 특히 인기가 높았다. 독일 정보통신 박람회 세빗(CeBIT) 등을 통해 이름이 알려지면서 해외 수출이 급물살을 탔다.

 그러던 2004년 두 번째 위기가 찾아왔다.

 “수출은 꾸준히 증가했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국내 매출이 급속히 감소했습니다. 첫 번째 지폐정사기 출시 이후 후속 모델 개발이 늦어졌기 때문이죠. 1년 가까이 판매가 저조했습니다. 사옥을 매각해야 할 정도였지요.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는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2008년 기산전자 두 번째 지폐정사기 ‘뉴턴(K-233)’이 출시됐다. 감별기능뿐만 아니라 외화 계수 등 모든 업무를 한 대로 처리할 수 있는 고성능 제품이었다. 윈도 운용체계(OS)를 탑재해 여러 프로그램을 접목할 수 있다는 게 커다란 장점이다. 2개의 분류대(포켓)와 다양한 센서를 통해 지폐를 세다가 다른 종류 지폐나 위폐가 있으면 별도로 분류해준다.

 뉴턴 출시를 계기로 다시 매출이 급성장했다. 해외 업체 발굴도 활발해졌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공조를 통해 협력사(딜러)도 늘어났다. 국내 시장 점유율을 90% 이상으로 유지하면서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지폐정사기로 자리 잡았다. 협력업체와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장 사장의 전략이 효과를 발휘했다.

 현재는 교육을 받기 위해 매달 세계 각국에서 협력사 직원들이 기산전자를 찾고 있다. 장 사장 역시 한두 달에 한 번씩 출장을 간다. 협력사와 사업전략을 논의하기도 하지만 현지 은행을 방문해 지폐의 흐름을 파악하고 고객들의 고민을 직접 듣는다.

 기산전자는 올해 매출 540억원, 내년 680억원을 목표로 삼고 있다. 연구개발 인력도 꾸준히 충원할 계획이다. 23년 전 1인 회사로 설립할 때를 돌이켜보면 엄청난 성장이다. 내년엔 3포켓 제품 개발에 착수한다. 뉴턴과 K500 장점만을 모은 제품이다.

 회사는 성장했지만 장 사장의 경영철학은 여전히 확고하다. 기술력과 독특한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국내가 아닌 세계에서 인정받는 제품을 개발하자는 것이다. 기초 설계를 했다가 갈아엎고 새로 설계하는 일이 밥 먹듯이 진행되는 이유다. 그만큼 제품 개발에 심혈을 기울인다. 어려운 시기에도 연구개발에 만큼은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현재 150명 직원 중 50명이 연구직이다.

 “일에 대한 열정이 기업 성공을 좌우합니다. 뉴턴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열정을 통해 수만 번의 개발로 차별화되는 기능들을 탑재했기 때문입니다. 남들과 똑같은 것으로는 성공할 수 없습니다. 지칠 줄 모르는 도전정신이 오늘날의 기산전자를 만들었습니다.”


 

 장상환 기산전자 사장의 성공 키워드

 

 세계에서 인정받는 제품 개발을 목표로 하자

 국내에서만 인정받는 제품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가 필요하며 신제품 개발 노력을 게을리 해선 안 된다.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제품도 결국은 사람이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 직원들을 존중하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일에 대한 열정이 차별화를 유발한다

 일에 대한 열정이 있어야 남들과 차별화되는 제품을 개발할 수 있다. 열정이 없으면 진보할 수 없다.

 

 <기산전자 매출 추이>

 (단위:억원)

 

 <기산전자 현황>

 

 <장상환 사장 약력>

 

 기산전자는

 기산전자는 금융사무기기 전문회사다. 핵심 사업은 지폐 계수와 위폐 및 오염도 감별, 종류 구분 기능을 제공하는 지폐정사기 제조와 판매다. 1988년 설립 이래 지속적 성장을 거듭해 올해 매출 54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기산전자의 대표 제품 ‘뉴턴’은 원화, 고액권, 외화, 위폐 등을 감별해주는 고성능 지폐정사기다. 2008년 출시된 이래 지난해에만 289억원 매출을 기산전자에 안겼다. 기산전자는 뉴턴을 앞세워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를 고수하고 있으며 해외시장 진출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2004년부터 세계 최대규모 IT무역 엑스포 세빗(CeBIT)에 참여해 해외사업 기회를 늘리고 있다. 현재 유럽, 아시아, 중동, 미주, 오세아니아를 비롯해 세계 40개 이상의 국가에 수출을 하고 있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수 차례 장영실상을 수상했다. 지난 해 9월엔 장상환 사장이 지식경제부와 한국무역협회가 주관하는 ‘한국을 빛낸 이달의 무역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2010년 상반기에만 1600만달러 이상 수출을 한 공을 인정받은 결과다.

 기산전자에는 현재 150명 직원이 근무 중이다. 이 중 연구 인력이 50명이다. 내년 매출 목표는 680억원이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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