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처분 무의미...본안 소송 앞두고 합의 가능성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공방이 본안 소송 국면으로 빠르게 전환됐다.
두 회사가 제기한 가처분 소송이 잇따라 기각되면서 가처분 공방이 사실상 무의미해졌기 때문이다. 양측이 1년 이상 걸리는 본안 소송전에 매달리기보다 본격적인 협상 테이블을 마련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가처분 소송전에서 한 번 패소해 상처를 더 입었지만 본안 소송에서는 강력한 통신 특허를 기반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한다. 가처분 소송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얻은 애플이 더 적극적으로 합의를 모색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관건은 합의 시 삼성에 지급할 특허 사용료(로열티) 규모다. 삼성으로선 일정 규모의 로열티를 받아내야 출구전략 명분이 서기 때문이다.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 무력화=지난 8일 프랑스 법원은 삼성전자가 제기한 ‘아이폰4S’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을 기각했다. 다음날 호주법원은 애플이 상고한 ‘갤럭시탭 10.1’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양사가 나란히 승패를 주고받은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 두 판결이 그동안 떠들썩하게 진행된 가처분 소송이 결국 ‘용두사미’로 끝났음을 의미한다고 입을 모았다. 애플이 독일 법원에서 디자인권으로 갤럭시탭10.1 가처분을 받아냈지만 삼성이 최근 디자인을 바꾼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이마저도 의미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각국 법원이 본안 소송으로 판단을 유보한 것은 쌍방이 대화로 풀어라는 메시지도 담겼다는 분석이다.
정우성 최정국제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는 “프랑스 법원 역시 최근 호주, 미국과 마찬가지로 판매금지 가처분을 내리기보다 신중한 판단을 하면서 각국 법원이 양측에 협상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악재 모두 드러난 삼성이 유리=협상 국면에 돌입할 것이라는 전망은 가처분 소송을 거치면서 향후 본안 소송이 예측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애플이 내세운 디자인과 소프트웨어(SW) 특허는 가처분 소송전에서 여론몰이에는 성공했지만 실리가 없었다. 네덜란드에서 SW 특허로, 독일에서 디자인권으로 이겼지만 삼성은 곧바로 이들을 다른 것으로 대체했다. 승소가 무의미해졌다는 의미다. 각국 본안 소송에서 애플이 승소하더라도 비슷한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삼성은 통신 특허로 가처분 소송에서 실익을 얻지 못했지만 통신 기술 특허는 애플이 대체할 방법이 없다. 본안 소송에 패소하면 거액의 로열티는 물론이고 제품 판매가 금지될 수 있다. 본안 소송이 진행될수록 애플은 물밑 협의를 시도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이창훈 특허법인 우인 미국변호사는 “삼성 통신 특허는 애초부터 기술적으로 어려워 단시간에 판결해야 하는 가처분 소송에서는 승산이 떨어졌지만 본안 소송에서는 강력한 힘을 발휘할 것”이라며 “애플로서는 ‘아이폰5’가 출시되기 전에 이 문제를 매듭짓기 위해 내년 초 본격 협상을 제의해 올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삼성도 협상 압박 받아=삼성도 유리하지만 무조건 버틸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당장 애플이 주요 고객인데다 법적 변수가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법원은 지난 10월 아이폰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을 기각하면서 합리적 로열티 협상을 벌여야 한다는 ‘프랜드(FRAND) 조항’을 근거로 삼았다. 프랜드는 표준 특허권자의 권력 남용을 막기 위해 기본 사용권을 박탈할 수 없고 합리적인 가격의 로열티 협상에 임해야 하는 국제 특허 협약이다.
각국 본안 소송에서 프랜드 조항이 인정되면 삼성도 성실하게 로열티 협상을 벌여야 한다. 또 최근 유럽연합(EU)이 애플이 제소한 ‘반독점 규정 위반’ 자료 수집에 나서 애플이 요구해오면 협상을 펼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이창훈 변호사는 “협상 국면에서는 가처분 소송에서 다소 피해를 본 삼성이 로열티를 충분히 받으려고 할 공산이 크다”며 “삼성은 합의를 하더라도 실리와 명분을 찾으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