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 비즈]박정호 국가정보화전략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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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초, 박정호 고려대 전기전자전파공학부 교수에게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2기 국가정보화전략위원장 내정 소식이다. 박 교수는 수락했다. 국가정보화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어서다. 그리고 바로 움직였다. 1기 위원 임기가 한 달 남은 시점이다.

 지난달 10일 위원회는 출범했다. 한 달 후인 이달 5일 박 교수는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2기 위원회 운영방향’을 발표했다. 주제는 ‘IT생태계 변화에 따른 거버넌스 개편 및 시장활성화’. 박 교수가 위원장으로 공식 위촉된 날이다.

 “시간은 금방 지나갑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할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내정되자마자 움직이기 시작한 이유에 대한 박 위원장 답변이다. 동시에 위원회 변화 필요성이 선언이다. 1기 위원회 활동에 대한 아쉬움 지적을 인정하고, 역할을 제대로 펼치겠다는 의지며 자신감이다.

 2기 위원회가 추진할 모든 운영방안 및 과정은 박 위원장이 직접 그렸다. 운영방향 발표도 마찬가지다. 박 위원장은 내정과 동시에 민간 의견수렴작업에 뛰어들었다. 이 분야에 잔뼈가 굵지만 놓치는 것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학계, 중소기업인, 대기업 임원 등 다양하게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위원회로부터 기대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또 1기 위원회가 미흡했던 것은 무엇인지 들었습니다.”

 대통령 보고도 그의 아이디어다. “다과회때 약식으로라도 보고를 드리겠다고 말했습니다. 제 방향에 대해 어떻게든 (밀어준다는) 결심을 받아야 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보고는 1시간가량 이어졌다. 그리고 이 대통령으로부터 “제대로 해 봐라” 그리고 “최근 급변하는 IT생태계에 우리 기업들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해 달라”는 두 가지 숙제를 받았다.

 박 위원장이 청와대에서 보고한 운영방향은 위원회가 △코디네이터(Coordinator) △서포터(Supporter) △헬퍼(Helper) 역할을 하겠다는 것으로 정리된다. 가장 주목되는 것이 ‘코디네이터’로 IT유관부처간 연계·조정 기능이다. 정보통신부가 사라진 후 각 부처 IT정책을 총괄 조정해주는 역할이 필요했다. IT생태계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누군가가 방향을 잡아줘야 한다.

 “애플과 구글을 보면 서비스·콘텐츠·인프라 전 영역을 취급하고 있습니다. 각 부처가 각각 정책을 만들고 펼치는 수준에 그쳐서는 안됩니다. 서로 모여 조율해 방안을 내놓아야 합니다.”

 그래서 내 놓은 카드가 ‘운영협의회’다.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 총리실·행정안전부·지식경제부·문화체육관광부·방송통신위원회·국가정보원 차관급 인사들이 머리를 맞댄다. 범정부 차원에서 IT정책과 현안을 총괄 조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그리고 변화에 발 빠른 대처다. IT산업에서 나타나고 있는 변화를 모두 공유하고 대처하자는 것이다. 과거 IT관련 A부처 이슈에 B부처가 무관심하고, 또 B부처 이슈에는 A부처가 냉대한데 따른 병폐를 막자는 것이다. 서로 대안을 찾고 함께 발전방향을 모색한다.

 국가정보화전략 자문단 구성, 아이디어도 내놓았다. 정부 산하 9개 IT전문기관장과 해외 IT전문가들로 구성된다. 운영협의회보다 산업 변화에 더 민감한 전문가들이다. 새롭게 등장하는 IT이슈를 찾아 모으는 ‘정보원’ 역할을 한다. 이들은 우리가 앞으로 매진해야 할 기술을 찾고, 업계가 성공적으로 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도록 자문 역할을 맡는다.

 박 위원장은 이들 두 곳 협의회를 적극 활용, ‘일하는 위원회’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전문위원회에서 선별한 아이디어를 실무위원회가 고민하고, 다시 전략위원회가 검토한다. 위원 전문성과 대표성을 최대한 활용해 IT거버넌스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일련의 작업과 관련 박 위원장은 ‘IT생태계 변화’를 배경으로 들었다. “우리는 대규모 시스템통합(SI) 업체와 중소 소프트웨어 업체 간 불공정 거래만을 문제 삼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이 문제는 아닙니다. 미국을 보면 콘텐츠에서부터 서비스, 소프트웨어 모든 영역에서 변화가 나타납니다. 부처로 보면 문화부·방통위·지경부 모두 대상입니다. 산업간 경계가 없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지경부는 소프트웨어를, 문화부는 콘텐츠만을 지원해서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종합적으로 총괄 기능이 필요하고 그것을 위원회가 하겠다는 것이다.

 IT산업 경쟁력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우리나라가 IT강국이라고 말하는데 강한 부분은 하드웨어와 통신서비스뿐입니다. IT 핵심인 소프트웨어·콘텐츠·네트워크는 비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IT가 조선·자동차 등 다른 산업과 융합해 부가가치를 창출해도, 수익은 외국기업만 보는 것입니다.”

 그는 이어 “이대로 간다면 세계 IT시장의 새로운 플랫폼 질서에서는 우리나라가 종속적으로 편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박 위원장은 지난 2008년 국가정보화기본법 제정 당시 유비쿼터스 정부 개념을 제시했다. 이 개념은 우리나라 전자정부에 그대로 녹아들었고, 우리나라가 지난해 UN 전자정부 평가에서 당당히 세계 1위를 차지하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박 위원장은 지난 4년여 활동에 대해 “유비쿼터스 기반으로 국민 편의 서비스가 재난, 생활안전, 복지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돼 활용하는 단계에 진입했다”고 평했다. 아쉬운 점도 들었다. “패러다임 급변화에 따라 국가정보화 계획상에 스마트·모바일·클라우드 등 최근 IT이슈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며 2기 위원회가 적극 챙기겠다고 소개했다.

 그는 산·학·관에서 쌓은 경험을 최대한 살리겠다고 말했다. 이 분야 전문가로, 위원장으로서 역할에 대한 자신감이 느껴졌다. 박 위원장은 1980년대 후반 LG 중앙연구소 초창기 멤버로 활동했으며, 90년대는 대학에서 교수이자 최고정보책임자(CIO)를 5년간 역임했다. 또 2000년대 초반 서울시 정보화기획단장으로 다양한 프로젝트 경험도 쌓았다. 당시 서울시 통합 데이터센터를 오픈했고, 장기 정보화사업계획을 담은 마스터플랜도 수립했다.

 박 위원장은 “과거 IT사업계획이 뜻대로 되지 않았던 적도 분명 있었다”면서 “하지만 그것도 저에게는 큰 교훈으로, 위원장으로서 사업을 기획하고 펼치는데 있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박 위원장은 앞으로 산업계와 자주 대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조직 내부에 있다면 해법도 조직 내부에 있습니다. 자주 만나서 산업계에 도움이 되는 실현 가능한 정책을 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박정호 위원장은

 2008년 정보화전략위원회 전신인 정보화추진실무위원장을 1년간 맡았다. 당시 우리나라 정보화의 큰 그림인 ‘국가정보화기본계획(2008~2012)’을 그렸다. 계획은 정보화 성과와 문제점을 명확히 진단하고, 앞으로 변화하는 환경을 내다봤다는 평가다. 국민 아이디어를 받기 위한 공모전을 진행,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계획안을 세웠다고 불린다. 박 위원장은 기본계획 수립 공로로 홍조근정훈장을 받았다. 2002년부터는 4년 가량 서울시 정보화기획단장으로 활동했다. 서울시 IT화를 위해 다양한 사업을 펼쳤고, 그 결과로 2003년·2005년 연속 세계 100대 도시 전자정부 평가에서 1위를 거뒀다.

 

 △고려대 전자공학과, 미국 델라웨어대 전자공학과 석·박사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1990~), 정보전산처장(2000~2002), 대학원장(2011~) △서울시 정보화기획단장(2002~2006)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2008~2009) 정보화추진위원회 실무위원장(2008~2009),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 위원(2009~2011)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는

 국가정보화기본법(제9조)에 따른 국가정보화 최고 총괄·조정기구다. 국가정보화 기본계획과 시행계획의 수립 및 변경 사항을 심의한다. 지식정보자원 지정에서부터 중장기 지식정보자원 관리계획을 본다. 정보문화 창달 및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사업 우선순위도 결정한다.

 위원장을 포함 15인 정무위원과 14인 민간위원으로 구성됐다. 2009년 11월 정보화추진위원회를 민관 합동위원회로 격상해 탄생했다.

 위원회 하부조직으로 실무위원회와 운영지원단이 있다. 실무위원회는 전략위원회에 상정할 안건을 미리 검토하는 역할을 맡는다.

 

  <표>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 및 실무위원회

 *자료: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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