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무선사업부가 잘 하는 것의 원동력은 시장의 요구에 빠르게 대응하는 조직 문화다.”
이돈주 삼성전자 부사장은 삼성이 스마트폰 시장에 경쟁사보다 발 빠르게 적응한 배경을 조직 문화로 꼽았다. 다른 사업부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그는 “주어진 목표에 정말 열심히 하는 것도 무선사업부만의 독특한 조직 문화”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임원은 “신종균 무선사업부장(사장)부터 일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며 “토요일 오후 해외 출장에서 돌아와 입국 수속이 끝나자마자 임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업무 보고를 받는 일이 허다하다”고 귀띔했다.
‘갤럭시’ 시리즈 개발에 참여한 한 개발자는 “몇 시간 논의해도 문제가 풀리지 않아 잠시 휴식시간을 갖더라도 회의 시간의 팽팽한 긴장감이 이어지기도 한다”며 “결국 밥을 먹다 해결책을 찾은 경우도 있다”고 소개했다.
지난 2009년 ‘아이폰 충격’으로 시련을 맞은 삼성전자가 불과 2년 만에 애플을 추월한 배경은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특유의 조직문화와 무관하지 않다. 목표를 설정하면 연일 밤을 새워서라도 달성하는 열정적인 조직이 초일류 기업을 만들어냈다. 경쟁사들이 여전히 바뀐 시장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지만 삼성만 보란 듯이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
아이폰 상륙 이후 불과 몇 개월만에 ‘갤럭시S’라는 대항마를 만들어내고, 1년 뒤 아이폰을 능가하는 ‘갤럭시S2’를 출시한 저력은 연구해볼만한 성공 모델로 꼽힌다.
힘들지만 정면 돌파를 통해 목표를 달성하고 성과에 자부심을 갖는 문화는 하나의 전통으로 굳어지는 양상이다. 자부심은 다시 새로운 도전을 부르고, 또 하나의 산을 넘는 식으로 상승 작용을 한다는 게 삼성 직원들의 증언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전통적인 조직문화도 시장선도자(퍼스트무버)로 역할이 바뀌면서 한층 업그레이드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간 앞만 보고 달리는 성과주의 중심의 조직 문화가 유연하고 창조적인 사고와 협업 문화를 가로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출신의 중소기업 한 임원은 “삼성인에게는 꼭 달성해야 하는 개인 목표가 매년 주어진다”며 “마치 경마장의 말처럼 좌우에 눈가리개를 하고 목표 달성을 위해 앞만 보고 달리는 느낌이 올 때도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최근 들어 이 같은 단점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한창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S직군’을 신설한 것이다. 다소 시험적인 ‘S직군’ 인재는 선발할 때부터 학벌이나 학력보다 창의적인 사고를 우선적으로 보고 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지난 7월 선진제품 비교전시회에서 “S급 인재를 뽑는 데서 그치지 말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한 뒤 조직의 변화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 모바일기기 소프트웨어 개발을 지원하는 미디어솔루션센터는 웬만한 벤처기업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유연한 조직문화가 뿌리내리고 있다.
일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조직 문화에 창의력까지 보태지면서 삼성 무선사업부는 조직력도 세계 최강으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된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