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연성동박적층판(FCCL) 업체들이 잇따라 자국내 생산을 철수하면서 국내 업계에 주문이 몰리고 있다. FCCL은 스마트폰·스마트패드의 핵심 부품인 연성인쇄회로기판(FPCB)의 핵심 소재다. 최근 스마트폰·스마트패드 시장에서 한국 내 기업들의 공급망이 탄탄하게 구축되면서 FCCL의 품질면에서 일본을 능가하고 있다는 평가다.
1일 외신 및 업계에 따르면 일본 도레이는 내년 2월부터 자국내 FCCL 생산을 중단할 계획이다. 앞서 일본 신에쓰는 지난 7월 FCCL 생산을 철수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도레이로부터 FCCL을 주로 공급받았던 일본 후지쿠라·니폰멕트론 등 주요 FPCB 업체들도 FCCL 구매선을 한국으로 대거 돌리려는 움직임이다. 도레이첨단소재 관계자는 “일본내 FCCL 생산을 멈추더라도 한국의 FCCL 생산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FCCL 업체인 두산전자는 근래 해외 FPCB 업체들의 주문이 쇄도하면서 생산 능력을 대폭 확충했다. 국내 사업장에서 신규 설비 투자를 통해 월 4만5000㎡의 생산 능력을 추가로 늘렸다. 이달부터는 월 총 23만5000㎡로 생산 규모를 확대, 신일본제철에 이어 세계 두 번째 양산 능력을 갖추게 됐다. 두산전자 관계자는 “지난 10월부터 일본을 포함해 해외에서 발주가 밀려들고 있다”면서 “시장 수요를 지켜보며 중국 등지에서 추가 설비 투자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두산전자는 중국 창슈 지역에 구축 중인 동박적층판(CCL) 생산 라인을 내년초 양산 가동하는 한편, 내년 1분기까지는 현지에 FCCL 라인도 신설하기로 했다. 창슈 지역의 FCCL 1기 라인은 월 4만5000㎡ 규모로 내년 상반기중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국내 2위 FCCL 업체인 이녹스도 늘어나는 주문량에 대응하기 위해 공격적인 설비 투자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약 500억원을 투자해 생산 능력을 확충하고 있다. 내년초 아산 공장이 가동되면 올초 대비 2.5배나 양산 능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 정도면 연 매출 3000억원을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이다. 장경호 이녹스 사장은 “일본 FPCB 업체들의 공급 물량이 최근 국내로 이전되는 양상”이라며 “FCCL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