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출시한 삼성전자의 야심작 ‘갤럭시 노트’.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태블릿PC)의 경계를 허문 모델로 주목을 받은 이 제품의 압권은 ‘S펜’이었다. 일종의 전자 필기구인 S펜으로 디스플레이 화면 위에서 수첩에 글씨 쓰듯이 메모하고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일본 와콤 기술을 도입해 삼성 하드웨어에 최적화했다.
S펜에 앞서 토종 기술로 전자펜을 개발해 세계 무대에 당당히 진출한 모바일 벤처가 관심을 끌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바이제로’. 바이제로(대표 김희정)는 KT와 손잡고 기술력 하나로 미국과 유럽 수출에 성공했다. 바이제로에서 개발한 전자펜 솔루션 ‘스튜디오 아이’는 기존 제품과 달리 세밀한 손 글씨를 구현했다. 이로써 스마트패드와 스마트폰에서도 마치 종이에 글과 그림을 그리듯이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하게 했다. 이미 다양한 전자펜이 나왔지만 세밀한 표현이 힘들어 소비자가 외면한 상황이었다. 바이제로는 이를 극복했으며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진가’를 인정받았다.
수출은 KT 역할이 컸다. 지난 2월 스페인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 KT 도움을 받아 참가하면서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행사장에서 ‘스튜디오 아이’의 단순하면서도 세밀한 기능이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유럽 최대 가전 브랜드 텔레풍켄에서 관심을 가지면서 수출길이 열렸다. 텔레풍켄(Telefuken)은 기업 역사가 100년이 넘은 독일 대표 가전 유통 기업이다. 김희정 대표는 “제품 개발 후 국내에 출시했지만 문턱이 높아 진입이 힘들었다” 며 “MWC에 소개되면서 해외에서 더욱 관심이 높았다”고 말했다.
MWC 출품 이후 관련 영상이 유튜브에 올리갔고 2주 후 조금씩 오던 메일이 한두 달이 지나면서는 회신이 어려울 정도로 많아졌고 급기야 9월에는 페이스북 사이트를 오픈해 본격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이어 지난 5월 국내에서 열린 월드IT쇼(WIS)에서 바이어를 초청해 개선된 기능을 다시 선보였고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에 참가해 7개월 만에 최종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스튜디오 아이는 유럽 전역에 870여개 매장을 가진 미디어마트에 크리스마스 특별상품으로 공급하기로 했으며 계약금 20억원을 100% 선급받아 1·2차 선적을 끝냈다. 9월 일본 산업디자인 진흥회에서 주최한 ‘굿 디자인상’도 수상해 일본 시장 진출도 앞두고 있다.
일본 NTT도코모와 가전 기업과 막바지 진출을 위한 협상 중이다. 10월에는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북미지역 최대 정보통신전시회 CTIA에서는 모바일 부문 ‘Platform Challenge’ 최우수상도 수상했다. 이 상은 CTIA에 참가한 IT분야 미디어·앱 개발자·전문 심사위원 투표로 결정되며 최우수상에는 부상 2만5000달러와 함께 플랫폼 공급업체와 상담 기회가 주어진다. 내달에는 미국 시장을 겨냥해 유료 앱도 내놓을 계획이다.
김 대표는 “기술력을 갖추고도 국내에서는 선발업체의 높은 문턱과 중소기업 제품은 힘들다는 선입관으로 어려움을 겪었다”며 “오히려 해외에서 반응이 좋아 의외였다”고 말했다. 수출을 시작으로 교육뿐만 아니라 금융·의료·법조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