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감염` 크로이츠펠트야콥병 첫 확인

사망자 뇌조직 이용제품이 감염원인..사망자 더 있을 듯

보건당국, 보고 4개월 지나 역학조사 `늑장대응`

광우병처럼 뇌에 스펀지 같은 구멍이 뚫려 뇌기능을 잃게 되는 치명적 전염병인 `크로이츠펠트야콥병(CJD)`에 걸려 숨진 사례가 국내에서 공식 확인됐다.

지금까지 CJD 증상만으로 `의사(유사) CJD` 진단을 내린 경우는 있었지만, 생체 검사를 통해 CJD로 확인한 것은 이번이 국내 처음이다.

더욱이 보건당국의 조사 결과 이 환자는 23년 전 뇌수술을 받는 과정에서 CJD 감염 사망자의 인조경막을 이식했다가 CJD에 전이된 `의인성 CJD`로 확인돼 추가 감염 환자 파악 등의 역학조사와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29일 질병관리본부와 한림대의대 김윤중 교수팀에 따르면 지난 7월 감각장애와 정신이상, 운동장애 등의 증상을 보이다 숨진 54세 여성의 생체조직을 꺼내 동물실험을 한 결과, 국내 첫 `의인성 CJD(Iatrogenic CJD)` 환자로 최종 판명됐다.

김 교수는 이런 내용을 지난 7월 질병관리본부에 보고했으며, 관련 논문은 대한의학회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11월호에 발표했다.

치매와 운동능력 상실 등의 증상을 보이는 CJD는 광우병이 사람한테 전염돼 인간광우병으로 불리는 `변종 CJD`, 수술 등을 통해 사람에게서 사고로 전파되는 `의인성 CJD`, 자연적인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하는 `산발성 CJD`, 유전에 의한 `가족성 CJD` 등으로 나뉜다.

이 질환은 감염 후 잠복기간이 20여년 이상으로 길지만, 발병 이후에는 생존기간이 1년 정도로 짧은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이번에 처음 확인된 의인성 크로이츠펠트 야콥병의 경우 지금까지 20개국에서 400건 이상의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대부분의 감염원인은 사망자의 뇌 경질막 이식, 뇌하수체 호르몬 이식, 각막 이식, 신경외과의 감염된 수술 장비 등이다.

논문에 따르면 이번 환자의 경우도 23년전인 1987년 뇌종양의 일종인 뇌수막종으로 절제술을 받고 이곳에 다른 사망자의 뇌조직을 원료로 한 경질막을 이식한 뒤 CJD에 감염된 것으로 밝혀졌다. 경질막은 온몸의 감각과 운동 등의 활동을 통제하는 중추신경계를 싸고 있는 3개의 뇌막 중 가장 바깥쪽에 있는 막이다.

뇌수막종 수술 후 뇌경질막을 다시 이식하는 것은 보통 수막종이 뇌경질막에 발생하기 때문에 함께 떼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의료진의 추적결과 이 환자는 CJD에 감염된 줄도 모른 채 20여년을 지내다 2010년 6월 몸에 힘이 약해지고 왼쪽 얼굴과 오른쪽 발가락에서 감각장애가 나타나나는 등의 운동장애, 간대성근경련(근육의 일부 또는 전체에 나타나는 갑작스런 수축현상) 등이 나타난 후에야 3차 대학병원에 보내졌다. 당시만해도 뇌-자기공명영상(MRI)에서 눈에 띌만한 점은 없었다.

그러나 그 때부터 1년 후 사망 시점까지 환자의 증상은 급격히 악화됐다. 의료진은 구음장애와 공포증, 심한 감정변화, 불면증, 환각증, 복시 등이 이 환자의 대표적 증상이었다고 보고했다.

김윤중 교수는 논문에서 "환자의 뇌 전두엽 영역에서 생체 조직검사를 한 결과 프리온 단백질의 침전이 확인됐다"며 "라이요두라(Lyodura)라는 제품의 뇌경질막을 이식 받은 뒤 CJD에 감염된 첫 사례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김 교수팀은 특히 사망 환자의 뇌경질막을 추출해 동물의 뇌에 이식하는 실험을 통해 이 제품이 CJD 감염의 원인이었음을 최종적으로 확인했다. 이 또한 국내에서 CJD 진단을 위해 이뤄진 첫 생체검사였다.

라이요두라는 지금도 뇌수술 등에 사용되고 있지만 사망자의 뇌조직을 이용했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소의 뇌경막 조직을 이용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추가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국내 CJD 환자에 대한 대대적인 역학조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사망 환자가 제품을 이식한 1987년을 전후해 국내 대학병원 등을 중심으로 이식사례, 제품 사용현황, 환자 발생 및 사망 여부 등을 역추적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번 보고가 지난 7월에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보건당국이 늑장 대처를 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모 대학병원의 신경외과 교수는 "라이요두라 제품은 한때 수입이 중단됐다가 지금도 다시 수술에 사용되고 있다"면서 "오늘도 수술에 사용했지만, 아직까지 이 제품에 의해 CJD 환자가 발생했다는 내용을 통보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 권준욱 감염병센터장은 "당장 전문가위윈회를 구성하고 조사요원들을 병원에 보내 실태조사를 벌일 방침"이라며 "환자들의 안전을 위해 향후 대책마련에 주력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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