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여의도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처리는 물론 향후 정국 흐름이 갈리게 됐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날 오후 국회를 방문해 한미FTA 조속한 비준을 설득할 예정이지만, 여전히 정치권 시계는 ‘제로(0)’에 가깝다. 꽉 막힌 정국을 풀 수 있는 실마리가 잡힐 수도, 더 악화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청와대·정부·여당은 국가 수반까지 나선 설득도 먹히지 않으면 정면돌파로 갈 수 밖에 없다며 배수진을 쳤고, 야당은 단독처리 강행으로 가는 명분쌓기라면 만날 필요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미 FTA는 국가 생존전략”=이명박 대통령은 14일 하와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기에 앞서 진행한 제78차 라디오·인터넷 연설에서 “한미 FTA는 국가 생존전략의 하나”라며 국민을 설득했다.
다음날 국회를 찾기 이전에 국민들에게 먼저 한·미 FTA 처리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듣기에 따라선 정치권에 던지는 마지막 압박인 셈이다.
이 대통령은 야당측이 쟁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재협의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재협의 자체가 국제적 관례에 어긋나고 국가 신인도를 떨어뜨릴 것이라는 생각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수읽기 하면서도 “반대”=당내 협상파와 강경파가 다른 길을 가고 있는 민주당은 당론으로 “한미 FTA 반대”를 고수하고 있다.
지도부 의결기구인 최고위원회는 “이 대통령의 국회 방문이 강행처리 명분을 쌓는 목적이라면 오면 안 된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다만, 대통령이 만나려고 먼저 손을 내밀었는데 일방적으로 묵살하는 모양새를 띠는 것에 대한 여론 부담은 분명히 느끼고 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이날 “이 대통령이 빈손으로 오면 빈손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이 대통령의 제안을 보고 최종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장기 표류 가능성도=정치권은 여야 가릴 것없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드러난 민심에 대한 두려움을 크게 갖고 있다. 내년 4월 총선과 12월 대선으로 이어지는 ‘선거정국’을 앞두고 더욱 그렇다.
극렬한 저항과 물리적 충돌까지 빚을 수 있는 단독처리 강행을 여당 의원들 조차 꺼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물론, 15일 이후 정국이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세몰이 형국으로 강행처리로 갈 가능성도 충분하다. 하지만, 단기간 내 접점을 찾지 못하고 표류하면 한미 FTA가 내년까지 넘어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표>15일 이후 한미FTA 논란 전개 시나리오
자료:각당 당론 종합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