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 애플 TV,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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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말을 하나 들어보자. 어떤 일이든 열심히 하는 사람을 당해내지 못한다. 열심히 하는 사람도 즐기는 사람을 당하지 못한다. 즐긴다는 것은 삶의 일부가 되었으며 그 일에 숨겨진 본질을 파악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내놓는 제품마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문화현상을 선도하는 기업은 애플이다. 애플이 다음에 진출할 영역은 가정용 TV가 될 것 같다. 최근 출간된 스티브 잡스의 자서전에 따르면 잡스는 마지막 순간까지 애플이 만들 TV를 연구하는 데 골몰했다. 마침내 궁극의 TV를 고안하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그 TV가 어떤 모양이며 어떤 혁신을 가져올 지 궁금하다. 동시에 과연 성공할 지 궁금하다. 그런데 회의적이다. 그 이유는 너무도 당연한 인문학적 진리에 근거한다.

 이전에 나온 스티브 잡스의 일대기 ‘아이콘’에 따르면 그는 TV를 싫어했다. 바보를 만드는 기계라고 생각했으며 거의 시청하지 않았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잡스가 골몰한 것은 양방향성을 지닌 컴퓨터였다. 단방향 전달매체인 TV는 흥밋거리가 아니었다.

 잡스가 마지막으로 고안한 애플의 TV는 인터페이스 부분에서 괄목한 발전을 이룬 듯하다. 제품이 나오지 않아 예단하긴 이르지만 리모컨과 복잡한 버튼이 아닌, 인공지능과 음성명령을 이용한 획기적인 조작이 가능할 거란 예상이 있다. 분명 이것만으로도 상당한 진전을 이룬다. 그런데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TV에 대해 사람들이 원하는 미래가 단지 조작성을 강화하는 것뿐일까?

 애플이 진정으로 TV에서 성공을 하려면 내부 고위직 가운데 이를 진정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잡스가 컴퓨터에 쏟은 열정 그 이상을 쏟아야 한다. 그런데 팀 쿡을 비롯한 애플 경영진과 조나단 아이브를 비롯한 디자이너 가운데 TV를 즐기고 그 핵심을 이해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애플TV라는 이름으로 지금 나와 있는 셋톱박스를 보자. 나름 애플다운 디자인과 좋은 운용체계를 가지고 있다. 간편하게 쓸 수 있다. 껍데기인 하드웨어와 TV를 조작하는 인터페이스도 훌륭하다. 그걸로 끝이다. 근본적으로 TV 자체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 잡스가 그간 컴퓨터와 스마트폰에서 보여준 번뜩이는 영감과 치열한 고민에 비하면 놀랍기까지 하다.

 결론을 내려 보자. 애플에는 진정으로 TV 그 자체를 즐기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잡스의 위대함과 애플의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성공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 차라리 애플은 스티브 워즈니악을 모셔와야 할 것 같다. 워즈니악은 TV 리모컨을 교란시키는 장난을 치는 등 TV를 장난감으로 삼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애플에 있어 ‘진정한 TV와 인문학의 만남’이 이뤄지길 바란다.

 안병도 IT평론가 catchro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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