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전용 홈쇼핑 ‘홈&쇼핑’이 종합편성(종편) 갈등의 유탄을 맞고 있다. 방송 채널 선정이 늦어지면서 사업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는 것.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됐던 종합편성채널(종편)과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간 채널 계약 사장단 협상이 9일 현재도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양측은 일단 4개 종편이 10번 후반대에 자리를 잡는 것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종편으로서는 거액의 송출수수료가 걸려 있는 한 자릿수 채널 진입을 고집하기가 쉽지 않다. SO 고유 권한인 채널편성권을 침해한다는 반론도 부담이다.
그러나 구체적 계약 내용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10번대 채널이 한 자릿수(S급)에 이은 A급 채널이라는 점이다. 시청률이 높은 자리다보니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SO 입장에서는 의무송출 대상인 종편이 노른자위 채널에 들어오는 것이 달가울 리 없다. SO 가운데는 해당 채널에 관계사 인기 프로그램이 방송되는 곳도 있다. 종편도 최소한의 시청률과 수익성 확보를 위해 A급 채널에 무혈입성을 노리고 있다.
이처럼 종편과 SO 간 힘겨루기가 계속되는 동안 속앓이를 하고 있는 업체가 홈&쇼핑이다. 채널 배정이 안 돼 사업계획을 세울 수가 없어서다. 종편 채널 선정 결과에 따라 홈&쇼핑은 10번 중반대로 가느냐 20번 초반대로 가느냐가 결정된다.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 예상 송출수수료와 매출이 크게 달라진다. 지출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송출수수료와 예상 수익이 계산되지 않으니 사업계획을 세우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홈쇼핑 특성상 번호가 뒤로 밀릴수록 영업이 어려워진다. 홈&쇼핑 관계자는 “20번대로 가면 사업을 접으라는 소리”라고 주장했다.
홈&쇼핑은 내년 1월 1일 본방송을 시작할 계획이지만 이대로라면 다음 달 초 예정했던 시험방송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홈&쇼핑은 현재 서울 상암동 KGIT 센터에 둥지를 틀고 240여명의 경력 및 신입 직원을 채용하는 등 방송 시작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마친 상태다.
강남훈 홈&쇼핑 전무는 “기존 홈쇼핑보다 판매 수수료를 낮추는 등 중소기업 판로확보를 위한 방송을 할 것”이라며 “다음 달 시험방송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늦어도 다음 주까지는 채널 선정작업이 완료되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