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불황기에 더 공격적인 투자를

 불황기엔 기업이 투자를 줄이는 게 정석이다. 경기도 안 좋은데 투자했다가 자칫 위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상장기업이라면 더 그렇다. 주주들의 반대를 무릅쓸 최고경영자(CEO)는 없다. 그런데 이게 꼭 정답은 아니다. 오히려 결과가 반대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 장치 산업이 그랬다. 투자를 줄였다가 호황기가 와도 기회를 살리지 못한다. 심지어 후발주자에 밀려 사업을 접기도 한다. 일본 기업들이 그랬다.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가 내년에 올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5조원 이상 투자할 방침을 세웠다. 보유한 현금 활용에 증자, 회사채 발행까지 추진한다. 당장 이달 700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한다. 당초 계획보다 2000억 원 더 늘렸다고 한다. 투자를 유기능동형발광다이오드(AM OLED) 생산라인 증설에 집중한다. 디스플레이 시장이 당장 위축됐지만 내년 이후 경기 회복에 대비한 투자다.

 LG전자는 지난 주 1조원 규모의 깜짝 유상 증자를 시장을 놀라게 했다. 새로 조달한 자금의 절반 이상을 스마트폰 사업에 쏟아 붓는다. 더 이상 뒤처지면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CEO 판단이 과감한 투자 결정으로 이어졌다. 구본준 부회장은 과거 LCD 시장이 불황일 때 모두 말린 천문학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LG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를 따라잡은 기반이 됐다.

 우리 사회는 오너 있는 대기업을 부정적으로 본다. 오너 경영이 다른 것은 몰라도 투자에선 효과적이다. 외국기업 CEO들이 이를 부러워한다. 각종 실적 지표에 매달리지 않는 과감한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에도 우리 반도체, LCD 기업들은 공격적인 투자로 경쟁사와의 격차를 더 벌렸다. 치킨게임의 승리다. 이 성공담은 스마트폰을 비롯한 세트산업에도 이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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