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배출권거래제]배출권거래제법 제정 `혼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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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안 공청회에서 국회 기후변화대응 · 녹색성장 특별위원회 의원들과 참가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배출권거래제 도입에 대한 세 가지 관점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안(이하 배출권거래제법)’ 제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가 중기 온실가스감축 목표 달성과 온실가스·에너지목표관리제보다 유연하다는 점이 산업계에 유익하다는 정부와, 국제 기후변화협상 동향과 부합하지 않을 뿐더러 수출경쟁력 약화를 초래해 부담된다는 산업계가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지식경제부 장관 출신인 최경환 의원(한나라당)이 새로운 배출권거래제 도입이 아니라 목표관리제에 거래기능을 부여한 ‘한국형 배출권거래제’ 도입을 골자로 한 ‘온실가스 감축실적 인증 및 배출권 거래에 관한 법률안’을 입법 발의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산업계를 위한다는 명분은 같지만 입장이 다른 배출권거래제 도입 찬성과 반대, 그리고 대체법안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각계 의견을 짚어본다.

 ◇배출권거래제 도입 찬성, 산업계를 위해서=정부는 온실가스 감축 이행비용 부담 경감 및 저탄소 경제로 전환, 국제적 환경규제 대응 측면 등에서 배출권거래제가 산업계에 꼭 필요한 제도라며 조속한 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배출권거래제의 비용효과성이 높다는 것을 강조한다. 에너지경제연구원·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삼성경제연구원 등에 따르면 배출권거래제는 목표관리제 온실가스 감축 비용의 약 44~68%까지 절감 가능하다.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해 에너지효율 개선 등 온실가스 감축 활동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생산비용 절감도 가능하다. 정부는 산업계가 다양한 온실가스 감축 수단을 실시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기업에 이익이 되는 것으로 분석했다.

 초과감축실적을 활용할 수 없는 목표관리제와 달리 배출권거래제는 초과감축실적을 판매할 수 있어 추가 감축에 대한 경제적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

 정부는 감축목표 설정 시 기업 투자 계획을 대부분 반영해, 향후 경제 성장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내년도 목표관리제에 적용하는 감축 수준은 1.44%로 2013년부터 매년 1.74% 감축해야 하는 EU보다 낮은 수준이다.

 무엇보다 정부는 우리나라 에너지효율이 경쟁국인 일본보다 낮은 수준이라 기업 온실가스 감축 여력이 충분하고, 그린에너지 산업 등 우리나라 온실가스 감축 기술수준은 이미 상당한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배출권거래제 도입을 통해 우리산업을 고효율 에너지 구조로 전환하고 신재생에너지 등 신성장동력 창출을 꾀한다는 것이다. 반도체·조선 등 기존 수출산업에 녹색기술 산업을 추가하고, 온실가스를 선제적으로 줄여 나가는 녹색경제로 바꿔나가겠다는 의지다.

 이와 함께 국제사회에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의지를 보여줌으로써 의무감축국 편입 압력에서 벗어날 수 있고, EU의 탄소세 등 녹색 보호무역 장벽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산업계 내성을 키울 수 있다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다.

 ◇배출권거래제 선제적 도입 반대, 산업계를 위해서=산업계는 비용 최소화가 곧 경쟁력인 기업환경에서 배출권거래제 도입으로 인한 과중한 비용부담은 국내 생산기지 해외이전이나 외국인 투자기피로 이어지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국내투자가 활성화되기 어렵다며 반대하고 있다. 고용감소·물가상승 등 국민경제에도 부담을 줄 것이라는 주장이다.

 철강·석유화학 등 주요 업종은 에너지효율이 세계 최고수준이어서 감축여력이 적다는 입장이다.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하면 배출권 구입 등에 따른 감축비용이 부담으로 작용해 산업 경쟁력이 저하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업계는 100% 무상할당도 현재 배출량 대비 감축부담에 따른 배출권 구입 등으로 매년 약 4조2000억원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또 배출권거래제에 따른 유상비율을 적용(5% 유상 등)하면 산업 부문은 매년 최소 4조7000억원에서 최대 14조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계는 또 제조원가 상승에 따른 내수·수출 둔화로 지역별 해당산업 매출액 및 고용 감소요인이 발생하며, 배출권거래제 도입이 어느 특정 지역 한 곳이 아닌 경상도·전라도·충청도 등 전국 모든 지역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국제적으로 기후변화 협상이 불확실하고 중국·인도 등 주요 경쟁 상대국들도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국내 배출권거래제 도입 시기에 대한 논의는 국제동향을 고려해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012년 종료 예정인 교토체제를 대체하는 기후변화 국제협상이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사실도 예로 들고 있다.

 특히 산업계는 현재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수단으로 ‘목표관리제’가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 이 제도가 정착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2015년까지 3년간 목표관리제 시행 결과 202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이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배출권거래제 등 추가적인 온실가스 감축정책을 고려하는 것이 정책적 혼선을 예방하고 기업의 부담도 최소화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이라는 주장이다.

 ◇한국형 배출권거래제 도입, 역시 산업계를 위해서=최경환 의원은 새로운 배출권거래제 도입이 아니라 목표관리제에 거래기능을 부여한 ‘한국형 배출권거래제’ 도입을 골자로 한 대체법안을 발의했다. 이 제도는 EU에서 시행하는 배출권거래제와 양립할 수 있는 제조업 중심 성장국가에 적합한 ‘온실가스 감축제도 모델’로 정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법안에서는 이론상으로 배출권거래제가 직접규제에 비해 효과적일 수 있지만, 유럽식 배출권 거래제(EU-ETS)를 그대로 국내에 적용할 경우 온실가스 감축효과는 미지수라고 밝히고 있다. 유럽을 중심으로 시행 중인 배출권거래제는 사전에 총량(절대량)으로 배출권을 할당하고 거래하는 방식으로 선진국 및 의무감축국에 적합한 제도라는 것이다.

 법안은 미국·일본 등은 자국 산업 국제경쟁력을 고려해 배출권거래제 도입 계획을 철회하거나 무기한 연기했다며, 에너지 다소비 제조업 위주의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필요한 우리나라 경우에는 산업계 국제경쟁력에 대한 부담이 커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대안으로 현행 목표관리제를 기반으로 초과감축분에 대한 ‘배출권(크레딧)’을 거래하는 독자적인 방식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산업계 국제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으며, 온실가스 초과감축량을 거래할 수 있는 인센티브로 기업 녹색기술 개발 투자도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이다. 대체법안이 온실가스 감축과 녹색기술·산업 육성이라는 정부 녹색성장 정책에 부합한다는 입장이다.

 법안은 그러나 2015년 1월 배출권거래제 시행 전 △기업 국제경쟁력 등 경제상 문제가 있는 경우 △2012년 이후 국제 기후변화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신뢰할 만한 온실가스 검증 체계가 구축되지 않을 경우 △거래제 도입에 따른 경제영향이 분석되지 않은 경우 등 조건 중 하나가 발생하면 시행을 연기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어 ‘사실상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하지 말자는 뜻’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편, 국회 기후변화대응·녹색성장 특별위원회는 10일 법안 심사 소위를 열어 두 법안을 동시에 검토키로 했던 계획을 24일로 미뤘다. 이번달까지 소위 심사를 마치지 못하면 행정절차에 소요되는 기간을 감안할 때 배출권거래제법이 올해 안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배출권거래제 도입에 대한 세 가지 관점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