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포레스터리서치와 VM웨어가 공동 조사한 ‘2011 아태지역 클라우드 리서치 분석 보고서’ 에 따르면 아태 지역서 우리나라 기업과 기관의 클라우드 도입률이 평균치를 크게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절반에 가까운 48%가 클라우드 도입 계획이 있다고 밝혔지만 실제 클라우드 도입 기업은 24%에 그쳤고, 평균 32%에도 못 미쳤다.
다른 나라에 비해 도입이 뒤처져 있는 데는 보안, 서비스 신뢰성, 기존 시스템과의 통합 등 여러 문제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적 이슈 외에 사실상 가장 큰 걸림돌은 우리나라 기업들의 ‘동굴습성’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은 대부분 중대한 전략을 추진하거나 문제를 해결하려 할 때 일명 ‘동굴’로 들어가서 자체적으로 해결하려는 즉, ‘동굴습성’이 아주 강하다. 이러한 습성은 자체 기술력을 강화할 수는 있겠지만 변화하는 시장에 맞춰 선도적으로 대응하기는 쉽지 않았다.
몇 년 전 글로벌 기업들이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으로 외부에서 획기적인 제품 아이디어를 얻으려 할 때도, 오히려 국내 기업들은 유능한 인재를 더 모셔서 직접 해결책을 찾으려 했다.
국내 기업들의 클라우드 도입 계획만 살펴봐도 이러한 습성은 바로 확인할 수 있다. 국내 기업들 가운데 퍼블릭 클라우드 도입 계획을 가지고 있는 기업은 오직 8%고, 대부분이 프라이빗 클라우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자사에 적합한 퍼블릭 서비스가 있어도 자체 개발을 더 선호한다.
미국, 일본 등에서는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와의 협력 모델들이 자주 탄생한다. 도요타와 세일즈포스닷컴의 업무 제휴가 대표적이다. 직접 개발하기보다 이미 세계적으로 가장 잘하고 있는 업체와 손을 잡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기술 내재화도 가능하다.
국내에선 삼성전자가 아마존과 클라우드 사업에서 일부분 협력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삼성SDS가 주도적으로 하고 있다. 오히려 아마존과의 협력 부분은 외부에 알려지길 꺼려한다.
우리나라 정부 기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중국이나 일본, 싱가포르 등에서는 정부와 통신사업자가 공동 투자로 클라우드 시장을 활성화하고 있다. 미국 오바마 정부도 ‘클라우드 퍼스트 정책’을 펼치면서 민간 업체들과 협업하고 있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이는 정부보다 앞서 클라우드를 비즈니스로 만들어 가고 있는 민간 기업의 경험과 정보를 더 값지게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혼자의 생각보다 타인의 협조를 받으면 더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게 많다. 이제 우리나라 기업들도 혼란의 ‘동굴’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