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창업이 겉돌고 있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선도하는 기술창업은 산업구조 고도화 및 양질 일자리 창출의 핵심이다. 고용 없는 성장시대에 국가 성장동력으로 꼽히고 있지만, 갈수록 창업하는 연구인력은 줄어들고 있는 형편이다. 이에 전자신문사는 중소기업청과 공동으로 4회에 걸쳐 국내 기술창업의 현 주소와 문제점을 짚어보고, 외국과 국내 성공사례 등을 통해 기술창업 활성화 방안을 모색한다.
대학과 공공연구기관은 기술창업의 요람이다. 국내 석·박사급 고급 연구 인력 중에서 박사 81.8%, 석사 40.8%가 포진돼 있다. 이 때문에 과학기술 연구성과물을 사업화하는 기술창업은 연구개발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교수·연구원 역할이 중요하다.
중소기업연구원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기술창업은 기술경쟁력 강화(48.1%), 미래 성장동력 확보(36.9%), 일자리 창출(10.8%), 청년 실업 해소(2.2%) 순으로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지금처럼 고용 없는 성장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기술창업 중요성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다.
기업 성장의 핵심 요소인 기술력이 뛰어난 만큼 기업 생존율도 일반 벤처보다 높다. 창업진흥원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05년 교수·연구원이 창업한 162개 기업 중 평균 생존율은 3년차 84.6%, 5년차 77.2%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기간 창업한 제조업 평균 생존율 81%, 63%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국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기술창업은 2000년대 후반 이후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06년 국내 전체 벤처기업 대비 16.5%에 달했던 교수·연구원 벤처기업 점유율은 2007년 12.7%, 2008년 10.0%, 2009년 9.3%, 2010년 9.2%로 계속 낮아지는 추세다.
고급 연구인력 기술창업이 줄어든 데는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다. 우선 벤처가 위험성이 높다보니 이를 회피하려는 성향이 짙다. 창업보다 출연연 등 특정 전문직이나 대기업을 선호하며, 안정된 삶을 지향한다.
성공적인 기술창업 롤 모델이 많지 않은 것도 새로운 창업을 머뭇거리게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실제로 정부출연연이 밀집된 대덕연구단지는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연구원 창업이 줄을 이었으나 성공한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다.
이러한 기업 성장과정을 옆에서 지켜본 연구원들은 창업에 선뜻 나서지 못한다. 열악한 창업환경과 시장에 대한 불신도 팽배하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출신 모 벤처 CEO는 “기술창업은 말 그대로 기술만 갖고 창업에 나서는 만큼 상업화부터 마케팅, 시장 확보 등 모든 경영 과정을 CEO 혼자서 개척해야 한다”며 “연구원이 최근 창업에 나서지 않는 것도 이러한 이유가 크다”고 창업의 고충을 토로했다.
창업을 지원하기 위한 대학 및 공공연구기관 등 지원 인프라도 매우 열악하다. 시제품 제작, 인증, 시험 분석 등 창업 전 단계에서 수도 없이 반복되는 사업화 과정을 지원하는 하드웨어 인프라가 매우 제한적이다.
정부 지원도 형식적이고, 1~2년 위주 단기 창업지원 프로그램에 집중돼 있다. 기술창업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앞다퉈 도입한 기술출자회사제도 역시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교육과학기술부의 기술지주회사, 지식경제부의 연구소기업, 중기청의 신기술창업전문회사는 모두 대학이나 연구기관이 보유한 기술의 사업화를 위해 회사 설립을 허용한 제도다.
2006년 도입된 연구소기업 제도는 5년여가 지났지만 현재까지 이 제도를 이용해 창업, 기업활동을 영위하는 기업은 20곳에 불과하다. 신기술창업전문회사(2007년 도입)와 기술지주회사(2008년 도입)도 각각 14곳과 16곳에 머무르고 있다. 아직까지 짧은 제도 이력과 기술창업 고위험성 등으로 가시적 성과가 미흡한 수준이다.
교수·연구원들은 예비 창업자를 대상으로 창업 단계별 집중 지원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중소기업연구원이 기술창업 활성화를 위해 정책수요를 조사한 결과 교수·연구원 91.4%가 정부가 현재 수준보다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답했다.
김선우 중소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고급 연구인력이 위험을 감수하고 창업할만한 메리트가 현재로서는 전혀 없다”며 “이들이 보다 적은 부담으로 창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정부가 맞춤형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위험 분담형 제도를 설계해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부 부처 주요 기술출자회사 개요
자료:교과부, 지경부, 중기청(2011년 10월 기준)
교수·연구원 벤처 현황(단위:개,%)
자료:중기청. ()는 교수·연구원 차업 기술벤처 비중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