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재정위기 해소를 위한 유럽연합(EU) 정상 간 합의에도 정부는 공식적인 자료를 통해 유럽 재정위기가 장기간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재정부는 3일 발표한 올해 `거시경제안정보고서`에서 EU 정상 합의로 재정위기 해결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국제금융시장이 안정을 회복하는 모습이지만 "유럽 재정위기가 단기간 내에 해결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라며 낙관론에 선을 그었다.
지난달 26일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EU 정상들과 유럽은행들은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1조유로 수준으로 확대 ▲그리스 채권의 손실률(헤어컷)의 50%로 확대 ▲유럽은행의 자본확충 등을 합의했다.
재정부는 이번 보고서에서 이런 합의 사항이 원활하게 이행될지에 회의적인 견해를 내놓았다.
우선 EFSF 가용재원 확충과 관련해 "레버리지 허용방안에 대해 회원국 의회 등이 반대할 수 있으며, EFSF가 민간자금이나 중국 등 역외 자본을 유치하는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이번 합의에서 추정된 은행확충 규모인 1천60억유로도 시장의 필요액 추정치인 1천~3천억 유로와 비교하면 미흡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그리스 국채 손실 분담에 민간 채권자가 얼마나 참여할지 불확실하며, 참여율이 높다 하더라도 채권자 중 민간비율이 23%에 불과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재정부는 나아가 이번 정상회의 합의사항과 유럽 재정위기국의 재정건전화 계획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경기침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재정 긴축이 성장 둔화→조세 수입 감소→재정악화라는 악순환 고리에 빠질 수 있고, 은행의 자기자본비율 개선이 자칫 신용경색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정부는 근본적으로 이번 위기가 유로존(유로화 사용국) 체제의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재정부는 "EU는 노동의 국가 간 이동과 경제구조의 수렴ㆍ동조화 과정을 충분히 거치지 않고 통화통합을 진행함에 따라 역내 국가 간 경제성장과 경상수지 등의 불균형이 심화되는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며 "이번 재정위기도 기본적으로 이런 불균형을 국가 단위의 재량적 재정운용을 통해 해소하려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EU는 흔히 통화통합으로 환율의 대외 불균형 조절 기능이 사라져 회원국 간 경상수지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으며,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간 분리로 `안정과 성장에 관한 협약(SGP)`과 같이 단일 통화체제의 유지에 필요한 회원국의 재정동질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구조적인 문제로 꼽히고 있다.
재정부는 "국가 간 불균형 조정과 재정통합 강화를 위한 대책이 없을 경우 현재와 같은 위기상황이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것이 유로체제의 근본적인 문제"라며 "이 같은 문제점을 감안할 때 유럽 재정위기의 해결엔 다소 긴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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