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권거래제 도입은 미국 · 중국 녹색원조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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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배출권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안 공청회가 3일 국회 기후변화대응 · 녹색성장 특별위원회에서 열렸다. 패널로 참석한 김정인 중앙대 산업경제학과 교수가 국내 온실가스 정책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우리나라 배출권거래제 선도적 도입은 온실가스 다배출국에 대한 ‘녹색원조’ 수준일 뿐, 지구온난화방지 효과는 미비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하는 미국·중국 등이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나라만 도입하는 것은 실제 온실가스 감축과 지구온난화 방지 효과가 낮을 뿐더러 산업경쟁력 약화 등 부담만 짊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국회기후변화대응·녹색성장특별위원회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안’ 공청회를 열고 법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공청회에서 산업계 진술인으로 참여한 임상혁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은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중 우리나라 비중은 1.7%인 것에 반해 중국은 25%, 미국은 18%인데도 이들은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하지 않았다”며 “우리나라의 2020년 중기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해도 2009년 기준 중국 12일, 미국 16일 분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임 본부장은 “(우리나라가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하는 것은) 매연을 많이 뿜어내는 공장 옆에서 작은 공기정화기를 돌리는 정도의 효과”라며 “미국·중국을 녹색원조 하는 수준에 지나지 않는데 굳이 우리나라가 단독으로 배출권거래제 도입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임 본부장은 또 “전국 성인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온실가스 감축정책에 대해 조사한 결과, 67%가 배출권거래제는 선진국 도입 후 또는 보조를 맞춰야 한다고 답변했다”며 “면밀한 검토와 국민과의 공감대 형성 없이 배출권거래제가 도입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태진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장도 “포스트교토체계에 대한 국제 협상 진척이 늦고, 배출권가격이 급등락하는 등 예측가능성이 낮아 산업계에서 이에 대한 투자를 망설일 수밖에 없다”며 “녹색성장기본법에 명기한 것처럼 국제정세를 감안해 도입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5년까지 현재 도입된 목표관리제를 수행하고 국제추이를 감안해 배출권거래제 등 추가 제도 도입을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승진 한국산업기술대학교 교수는 “기후협상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위험부담이 큰 정책인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하기 보다는 목표관리제나 에너지가격 조정 등 적정한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김정인 중앙대학교 교수는 “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제도인 목표관리제는 처벌이 약해 효력이 적을 수밖에 없다”며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배출권거래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산업계 주장대로 배출권거래제를 2015년 뒤로 미루다보면 경험축적, 데이터 확보 등 적응할 수 있는 기간이 없어질 뿐”이라며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시행령 등을 통해 논의하면 되고, 법제도 도입 자체를 반대하는 산업계의 입장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소장은 “포스트교토체계 확립이 늦어져 배출량감축에 대한 국제 규제 부재가 생기고, 그 시기에 온실가스 배출이 무역규제로 등장할 수 있다”며 “배출권거래제를 조속히 도입하고 초기에는 유연성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차후에는 무상할당 비율을 줄여서 실효성을 높여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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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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