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수애가 알츠하이머병 환자로 등장하는 드라마가 인기다.
조금씩 기억력을 잃어가는 비련의 여주인공을 보면서 괜스레 깜박깜박 기억을 잊어버리는 자신을 걱정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한창 공부를 해야 할 학생이라면 알츠하이머병은 아니더라도 암기력 저하를 걱정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적당한 망각은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잊어버리는 능력이 암기왕 비결이라는 연구결과다.
시카고 일리노이 대학의 스톰 교수는 잊어버리는 능력이 기억력을 높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특정한 조건 아래서 망각이 기억이 작동하는 중요 요인이란 설명이다.
스톰 교수는 “기억과 연상은 빠른 속도로 축적되기 때문에 이것들이 그대로 지워지지 않고 남겨진다면 우리의 생활은 이전 기억들로 들끓을 수도 있다”며 “이전 기억들이 기억의 나머지 저장고까지 지배하여 새로운 정보를 학습하거나 검색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이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며 “우리는 원하는 정보를 기억에서 불러오기 위해 불필요한 기억과 경쟁해 승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톰 교수는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주목할 만한 실험 결과를 제시했다. 실험 참가자들에게 서로 관련 있는 단어 목록을 주고 목록의 절반만 기억하라는 임무를 부여했다. 예를 들어, 새에 관한 목록을 받은 실험 참가자들은 다음 실험 단계에서 목록에 있는 새들의 절반을 기억하라는 것이다.
실험 결과는 스톰 교수의 주장을 증명하기에 충분했다. 필요 없는 정보를 잊어버리는 데 뛰어난 사람들은 다른 정보로 방해받는 상황에서도 문제 해결력과 필요한 기억을 불러내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 스톰 교수는 “이 것이야말로 망각이 문제 해결력과 기억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것”이라며 “잘 잊어버리는 사람이 문제 해결력 또한 우수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필요 없는 기억을 망각할 필요가 있다”며 “그래야 현재 우리와 관련된 것들을 생각하고 기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심리과학협회(APS)가 발행하는 학술지 ‘심리 과학의 최신 방향(Current Directions in Psychological Science)’에 게재됐다.
제공:한국과학창의재단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