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M 모바일 칩이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도 가동하는 날이 올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 프로세서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ARM이 데이터센터도 욕심내고 있는데, ARM의 관계사인 칼제다가 32비트 서버용 ARM 기반 칩을 발표했다. 대량 생산은 내년 하반기로 예정되어 있지만 같은 날 이 칩에 기반을 둔 서버 ‘레드스톤’이 HP에 의해 발표되었다.
1일(현지시각) ARM의 관계사인 칼제다는 서버용으로 설계된 ARM 프로세서 신제품 ‘에너지코어’를 공식 발표했다. 칼제다는 미국 텍사스 주 오스틴에 소재한 회사로 ARM이 칼제다의 지분을 일부 갖고 있다.
ARM이 모바일 프로세서에서 서버용 프로세서로 시장을 확장하려 한다는 소식은 지난주에 이미 보도되었다. ARM의 서버용 프로세서 신제품은 HP가 가장 먼저 탑재해 ARM 기반 서버를 내놓는다는 소식이었다.
칼제다는 1일 서버용 ARM 기반 프로세서인 에너지코어를 공식 발표했으며 HP가 이 칩을 사용해 저전력 서버를 생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서버 업체들도 ARM 기반 서버 생산을 검토하고 있다고 PC매거진은 전했다.
에너지코어는 1.5와트의 듀얼코어 서버 칩으로, 에너지코어와 4G DRAM, SSD를 장착한 풀 듀얼코어 서버는 단 5와트의 전력을 소모하게 된다. 데이터센터의 전력 비용은 운영 비용에서 큰 비중을 차지할 뿐만 아니라 탄소발생과 환경규제 등 컴플라이언스 측면에서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에 저전력 서버 칩에 대한 수요가 높다.
하지만 전력만이 칼제다의 장점은 아니다. 칼제다의 마케팅 담당 칼 프런드(Karl Freund) 부사장은 “에너지코어의 뛰어난 점은 온칩 패브릭 기술”이라고 강조했는데, 서버 노드를 랙 커넥션 없이 최대 4096개까지 확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함께 발표된 ARM 기반 HP 서버 솔루션은 4U(7인치) 섀시에서 288개의 서버를 구현한 것이다. HP는 서버의 새 플랫폼을 ‘레드스톤 서버 개발 플랫폼’이라고 부르고 있다. HP는 레드스톤 서버를 데이터센터나 기업의 개발과 테스트 서버용으로 제안할 계획이다.
에너지코어 SOC는 4개의 32비트 ARM 코어텍스 A-9 코어, L2 캐시 4MB와 메모리 컨트롤러 외에 다섯번째 ‘관리 컨트롤러’ 코어로 구성된다. 이 다섯번째 코어인 관리 컨트롤러 코어는 전체 칩에 대한 전력 최적화를 담당한다.
또 이 칩은 패브릭 스위치와 멀티I/O 컨트롤러를 내장하고 있다. 멀티I/O 컨트롤러는 SATA 하드 드라이브, PCI 익스프레스, 이더넷, SD 카드 등을 지원한다.
하지만 32비트 ARM 프로세서로는 데이터센터의 주 업무용 서버가 되긴 힘들다. 주류 애플리케이션을 지원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으며 슈퍼컴퓨팅에도 다소 부족하다. 대신 오프라인 분석, 웹 애플리케이션, 미들웨어, 스토리지/파일 서버 등 I/O 집약적인 업무에는 적합하다.
칼제다는 특히 경량급의 자바 버추얼머신(VM)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둡과 같은 클라우드 분석, 미디어 스트리밍과 오브젝트 스토리지용 파일 서버, 아파치 카산드라 등과 같은 애플리케이션이 주 대상이다.
칼제다에 따르면 이 프로세서는 인텔 제온 E-5620과 비교해 전력비를 90%까지 낮추며 데이터센터 상면 공간도 90% 이상 줄일 수 있다. 데이터센터 전반적으로 운영 비용을 50%까지 낮출 수 있다는 주장이다.
칼제다는 에너지코어를 이용한 서버 디자인을 위해 ‘에너지카드’라는 레퍼런스 디자인도 공개했다. 이 레퍼런스 디자인에 따르면 각각 4개의 프로세싱 코어를 가진 서버 노드 4개로 구성되며 단 20와트만 소모한다. 2U 크기의 서버 박스에서 18~140개까지 노드를 구성할 수 있으며 42인치 풀 랙에서는 서버 노드를 3000개까지 구성할 수 있다.
칼제다는 올 연말경 샘플 칩을 시스템 제조업체들에게 공급할 계획이며 내년 상반기에 개념검증(PoC) 시스템을 선보일 계획이다. 대량 생산은 내년 하반기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HP가 ARM 기반 서버를 내놓는다는 점 때문에 서버 프로세서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인텔에도 영향을 끼칠 것인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HP는 컴팩을 인수한 뒤 인텔 기반의 서버 비즈니스에 가장 적극적으로 임해 왔다. 현재 서버 프로세서 시장은 90억달러 규모로 추정되며 인텔이 90% 이상 장악하고 있다.
박현선기자 hs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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