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산업 발전 과정에서 먼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은 하드웨어다. 컴퓨터 기기 사양과 성능에 따라 제품 가격이 크게 달라지는 귀한 대접을 받았다.
소프트웨어는 하드웨어에 가려 오랫동안 빛을 발하지 못했다. 컴퓨터 사용을 위한 부속품처럼 공급되기 일쑤였다. 하드웨어 가격이 떨어지고 자주 교체되면서 소프트웨어 중요성이 부각됐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그 현상이 심했다. 소프트웨어는 무조건 공짜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돈을 주고 사면 손해라고 생각했다.
결과는 참혹했다.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은 성장하지 못하고 답보 상태에 머물렀다. 규모가 작은 중소·벤처기업은 설 자리가 없었다. 그나마 안정적 수입을 올릴 수 있는 공공 시장은 대기업들의 몫이었다. 대기업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가 보편화되면서 소규모 소프트웨어 업계는 고사 직전에 내몰렸다. 팔아봤자 남는 것은 고작 인건비 뿐이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젊고 유능한 인력들이 소프트웨어 업계를 회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KAIST 전산학과가 정원을 채우지 못한 것이 벌써 수년째다. 업체가 돈을 못 버니 좋은 인력이 몰리지 않고, 대학마저도 우수 인재들의 발길이 끊어졌다.
중소·벤처 업계엔 최근 정부가 발표한 소프트웨어 산업 육성전략이 모처럼 큰 단비다. 이제야말로 정부가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며 변화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반면 우려도 만만찮다. 대기업의 공공사업 참여를 원천적으로 막는다면 자칫 국내 IT 산업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 대·중소기업 여부를 떠나 능력을 갖춘 업체가 사업을 맡아야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된다. 시장을 키우고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정해진 규모의 시장에 대기업 참여를 제한해 중소기업을 키운다면 결국 누군가 직장을 얻는 대신 다른 누군가는 일자리를 잃는 결과를 초래한다. 대·중소기업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생태계 구축을 위해 정부가 또 한 번 묘안을 짜 내야 할 시점이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