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원격검침인프라(AMI)

Photo Image
원격검침인프라(AMI) 구성도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원격검침인프라(AMI) 구성도

 2014년 유난히 더운 여름. 전력거래소 중앙급전소는 비상이 걸렸다. 에어컨 등 냉방기 전력 사용량이 폭등해 예비전력량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대정전(Black out) 상황 직전까지 간 2011년 ‘9·15 대정전’이 재연될 수도 있는 긴박한 상황이다. 한전과 전력거래소는 긴급히 단문문자메시지(SMS)와 방송을 통해 순환정전 예고를 알리고 우선순위에 따라 단전을 실시한다. 9·15 대정전 때는 배전선로 단위로 단전에 들어가면서 배전선로에 물린 공장·음식점·개인주택 등 구분 없이 일괄 단전에 들어갔다. 하지만 올해는 원격검침인프라(AMI)를 이용, 개별 주택단위로 단전이 기능하다. 우선순위에 따라 정전피해를 최소화될 수 있는 전기사용자 그룹부터 단전에 들어갈 수 있다.

 고속 전력선통신(PLC)기반 AMI에 의해 가능한 일이다. AMI는 종전 단순 원격검침에서 진화한 개념이다. 전자식미터(Digital Meter)와 고속PLC 칩을 내장한 모뎀 간 양방향 통신으로 자동 검침뿐 아니라, 전력계통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한 스마트그리드 인프라다.

 지식경제부 국가 스마트그리드 로드맵에서는 전자식 계량기, 양방향 통신망, 계량데이터 관리 소프트웨어 등으로 이루어진 시스템으로 정의했다. AMI로 가정의 가스·전력·수도·열량 등 사용량을 원격지에서 검침하고 상태를 모니터링할 수 있다.

 부과금 조회 등 데이터 관리가 가능하며 지역·시간대별 등 다양한 조건에 따라 사용 실태를 분석할 수 있다. 검침 비용과 소요시간이 절약될 뿐만 아니라 실시간으로 검침정보를 모니터링해 효율적인 에너지 수급관리가 가능하다.

 AMI 스마트미터는 전기관련 정보를 사용자에게 실시간으로 알려준다. 전기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전자식 계량기다. 사용한 전력량을 다양한 시간과 구간 등 간격으로 데이터베이스화해 사용 패턴을 분석하고 새로운 요금제 설계 및 실행이 가능하다.

 스마트그리드에 접목하면 시간대별 전력요금에 따라 최적 운용 시간대를 설정할 수 있다. 전력회사에서 받은 전기요금 예상치에 따라 냉장고 제빙, 제상시기를 조절하거나 세탁기 작동시간대를 결정할 수 있다. 주·월간 단위로 사용한 전기량과 전기요금도 확인할 수 있다.

 정부는 전력회사들이 스마트미터·스마트가전·전기차 등을 활용해 전력수요를 감축하고 그 실적에 따라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수요관리시장 개설을 추진할 계획이다.

 실시간요금제 도입을 위한 중간단계로 주택용에 계절·시간대별로 2~3단계 차별화된 요금제를 마련하고 시범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실시간요금제는 전력소비가 많을 때는 요금을 높게 적용하고 적을 때는 낮게 매김으로써 피크타임을 억제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AMI에 의해 가능한 것이다.

 ◇2020년까지 국내 1800만 가구에 보급=지경부와 한전은 2020년까지 저압수용가(1800만호)를 대상으로 전자식전력량계(스마트미터)를 보급할 계획이다. 한전이 2010년부터 10년간 총 1조1367억원, 연평균 1033억원을 투입한다. 전체 전력 판매량 72%를 점유하는 고압고객(산업시설·공장·빌딩 등) 14만호에는 AMI가 보급돼 가동하고 있어 기술적인 어려움은 없다. 국가 전체로 봐서는 약 6%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월 4만원 전기요금을 내는 가정은 월 2400원 가량을 아낄 수 있다. 국가 전체로 연간 1조8000억원 전기요금을 절감할 수 있다. 가구당 정전시간도 15분에서 9분으로 단축된다는 게 한전 측 설명이다.

 스마트그리드를 상용화하면 피크타임 전기 소비를 줄여 온실가스를 내뿜는 발전소 건설을 줄일 수 있다. 발전소는 안정적 전력 공급을 위해 피크타임을 기준으로 건설하고 있다. 전력 공급 시 피크전력을 10%(700만㎾)만 줄이면 연간 1조원의 설비 투자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풍력·태양광 등의 다양한 신재생 전원과 저장장치 등 모든 에너지원을 수용할 수 있다.

 ◇“세계 스마트그리드 시장의 핵심으로 키운다”=한전은 2010년부터 사우디아라비아·말레이시아·베트남·우즈베키스탄 등에서 고속PLC와 무선통신을 이용한 원격검침·변압기감시·정전감시 등의 테스트 마케팅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세계적인 스마트그리드 열풍에 따라 신수종 사업화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2010년 50만호를 시작으로 2020년까지 1800만 가구 전체에 AMI 구축을 완료할 예정이다. 고속PLC 기술 뿐만 아니라 전파법규상 PLC 사용이 어려운 곳(해안기지국 주변 등)은 근거리 무선통신 기술 등으로 보완할 수 있다.

 고속PLC 기반으로 구축하면 원격검침 뿐만 아니라 △변압기 과부하감시 △전력선 정전 △도전 △전선도난 감시 등을 쉽게 할 수 있다. 가구별 가전기기·전기차·태양광 패널 등의 운전상태 감시와 제어 등도 PLC 모뎀을 장착한 스마트미터를 통해서 가능할 전망이다.

 한전은 새 기술을 도입하기 전에 각 기기에 대한 사전 시험인증 체제도 구축한다. 대전에 위치한 PLC 종합시험장에는 30가구분 모뎀·수집기·미터·가전기기·각종 시험장치 등이 갖춰져 있다. 2010년에 보급된 50만호 AMI사업용 기기들도 이곳에서 1차 성능시험(BMT)을 거친 바 있다. 앞으로 PLC기반 AMI사업에 참여를 희망하는 업체는 수시로 시험인증성적서 발급을 요청하면 시험을 받을 수 있다.

 한전은 관련 절차와 시험장비를 보강한다. 2012년 초부터는 시험인증과 기술지원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정강식 한전 PLC팀 차장은 “해외경쟁력 확보를 위해 AMI 관련 제품 신뢰성을 높이면서 사업 참여를 준비하는 업체 기술개발도 수시로 지원하고 재정적 부담을 덜어 주고 있다”며 “현재 이런 고속PLC 기반 종합시험장 운영과 시험인증센터 자체 운영을 계획하는 전력회사는 세계적으로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Photo Image
제주 스마트그리드 종합홍보관 직원이 제주 구좌읍에 설치된 원격검침인프라(AMI)를 설명하고 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