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IT산업에서 하드웨어 부문은 괄목한 만한 성장을 일궈냈다. 최근 각종 국제 리서치 기관이 내놓은 자료의 ‘톱100’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 이름이 빠지지 않는다. 하지만 ‘소프트웨어(SW) 톱100’에는 우리나라 기업을 찾아볼 수가 없다.
지난해 지식경제부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삼성은 애플보다 9배 이상 많은 휴대폰을 판매했지만 매출 규모는 삼성이 약 2.4배 앞서는데 그쳤다. 영업이익은 오히려 삼성이 애플보다 9000억원 가량 적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라는 SW 때문이다.
미래 IT산업은 SW에 달렸고, SW경쟁력은 산업 전부문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다. 어제, 오늘 나온 얘기가 아니다.
SW경쟁력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품질이다.
해외 유수 SW기업은 오래 전부터 고품질 SW제품을 만들고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품질관리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SW 기획·개발에서 완성 후까지 단계별 또는 전 과정에 적용하는 V&V(Verification and Validation), QG(Quality Gate), TCoE(Test Center of Excellence) 등이다.
반면, 우리나라 기업의 SW품질관리는 일반 제조업 불량품 구분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 부설 SW공학센터가 매년 조사·발표하는 ‘기업 규모별 SW공학 수준 점수 비교’는 우리나라 SW기업이 처한 SW품질 관리 실태를 잘 보여준다. 대기업이 평균 70점대, 중소기업은 평균 40점대에 머물러 있다.
눈을 돌려 지역SW산업을 살펴보자.
국내 SW기업 80% 이상이 서울에 몰려 있다. 지역SW기업은 상대적으로 전문 컨설팅사나 기관을 통한 교육 지원, 세미나, 품질관리 서비스 혜택을 받기가 쉽지 않다.
SW공학센터는 지난해 지역 SW기업을 대상으로 SW테스팅 역량을 조사했다. 결과는 30점대(34.5점) 수준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과 6월 각각 동남권·호남권 3개 IT지원기관에 설치된 SW품질역량센터(이하 지역SW센터)의 탄생 배경이다. SW와 같은 지식산업 지원에서 소외된 지역 SW기업에게 SW품질을 높이기 위한 교육과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오픈 6개월 안팎이지만 지역SW센터는 빠른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지금까지 약 150건 지원 서비스를 수행했다. 지역SW센터 설치되기 전 지난해 SW공학센터가 수행한 서비스보다 300%나 늘었다. SW품질 지원에 관한 지역 중소SW기업의 잠재 수요가 얼마나 많았는지 짐작하게 한다.
양적 서비스 확대를 기반으로 센터를 이용한 기업지원 성과도 두드러지고 있다.
부산의 선박용SW개발 기업 마린소프트는 최근 선박접안 모니터링SW를 개발했다. 항구에 선박을 접안하는 데 사용하는 SW로 오류가 있어서는 안 된다. 마린소프트는 지역SW센터에 품질테스트를 의뢰했고, 오류가 미미하다는 결과를 얻었다.
장혜근 마린소프트 팀장은 “막연했던 품질에 대한 확신을 얻을 수 있었고, 대외적으로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이상은 정보통신산업진흥원 SW공학센터장은 “지역SW품질역량센터는 명칭 그대로 지역 SW제품의 품질을 책임지는 품질관문(Quality Gate)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지역 SW품질 서비스 수요를 충족시키고 동시에 지역 SW산업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지역SW품질역량센터
부산·광주=임동식·서인주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