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위기 속 群鷄一鶴' 이건희 주식부자 1위

다른 9개 그룹은 4개월간 시가총액 60조3천885억원 증발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이율 강종훈 기자 =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주식부자 1위를 되찾았다. 4개월 전에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삼성의 이 회장을 누르고 주식부자 정상을 차지했다.

삼성전자가 애플과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양강구도를 형성할 정도로 두각을 나타낸 덕분이다.

삼성전자의 발전에 힘입어 최근 4개월간 삼성그룹의 시가총액은 10대 그룹 중 유일하게 증가세를 나타냈다.

삼성그룹을 제외한 나머지 9개 그룹의 시가총액은 4개월간 60조3천885억원, 총수들의 지분가치는 3조6천942억원 각각 증발했다.

◇ 삼성-현대차 시가총액 차이 100조로 확대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은 시가총액 증감률에서 확연히 달랐다.

삼성의 시가총액은 지난 10월 말 현재 238조831억원으로 6월 말의 232조366억원보다 2.6% 늘었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은 152조361억원에서 139조1천539억원으로 8.5% 줄었다.

삼성-현대차 그룹의 시가총액 차이는 지난 6월 말 현재 80조원이었지만 10월 말에는 99조원으로 확대됐다.

삼성그룹의 시가총액이 늘어난 것은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6월 말 종가는 82만6천원이었다. 이후 8월 초 폭락장에서 67만원대로 급락했지만, 꾸준히 상승해 10월31일 97만원까지 회복했다. 올해 1월 기록한 연중 최고가 101만4천원까지 금방 도달할 기세다.

주가 상승의 원동력은 실적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6~9월) 국내외 사업장을 합한 연결 기준으로 4조2천5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증권사들의 예상치보다 1조원 가량 많은 수준이다.

세계 경제위기 상황에서도 스마트폰 판매가 우수했던 덕분이다.

삼성그룹에서는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 등의 영업이익도 전분기보다 증가했다.

삼성증권 오현석 투자전략팀장은 "전기전자 업종의 삼성전자가 압도적인 주가 상승세를 나타냈다. 자동차 업종 중심의 현대차그룹이나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LG그룹 전자 계열사 주가의 움직임과 큰 차이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삼성그룹의 라이벌인 현대차그룹의 실적은 저조했다. 지금까지 실적을 발표한 현대차, 기아차 등 5개사의 영업이익 모두 전분기보다 줄었다.

교보증권 송상훈 리서치센터장은 1일 "현대차의 3분기 실적은 기대 이상이었지만 기아차와 현대모비스는 예상치에 못 미쳤다"고 밝혔다.

이런 엇갈린 주가 움직임에 기업그룹 총수들의 재산 규모가 달라졌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주식 평가액은 6월 말 8조2천502억원에서 10월 말 8조5천913억원으로 3천411억원(4.1%) 늘어났다. 1년 전인 작년 10월29일과 비교하면 6.9% 증가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8조3천736억원에서 7조1천289억원으로 14.9% 감소했다.

이에 따라 주식 평가액에서 정몽구 회장은 이건희 회장에 의해 다시 밀려났다.

◇ LGㆍ현대중공업ㆍ한화ㆍ한진도 추락

LG그룹과 현대중공업, 한화, 한진그룹은 이번 위기과정에서 심한 타격을 입었다.

지난 6월 말 이후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을 제외한 8개 그룹의 시가총액은 47조5천63억원 증발했다. 총수들의 지분가치는 2조4천497억원 사라졌다.

LG그룹의 핵심계열사인 LG전자는 영업실적 악화가 재무부담과 신용등급 강등으로 이어졌다. 주가는 4개월간 최고 8만7천600원에서 최저 5천3천600원까지 떨어졌다. 계열사인 LG디스플레이는 4분기 연속 적자를 냈고, LG화학의 영업이익도 작년 동기보다 감소했다.

계열사들의 실적악화는 주가에 바로 반영됐다. LG그룹 11개 계열사의 시가총액은 6월 말 84조6천77억원에서 지난달 말 70조7천490억원으로 16.4% 줄었다. 불과 4개월만에 14조원 가량 증발한 것이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지분가치도 같은 기간 1조5천258억원에서 1조2천671억원으로 17% 감소했다.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경기가 하강할 때는 최우량주인 삼성전자가 강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애플과 양강구도를 형성하면서, 반 애플의 선두로 부상했다. 이런 상황에서 LG그룹은 상대적으로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현대중공업그룹도 핵심계열사인 현대중공업의 주가폭락 탓에 시가총액이 6월 말 37조8천39억원에서 10월 말 26조1천188억원으로 30.9% 줄었다.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가 보유한 지분가치는 3조6천41억원에서 3조90억원으로 35.9% 감소했다.

우리투자증권 송재학 리서치센터장은 "유럽위기 등으로 현대중공업의 수주액은 하반기에 뚝 떨어졌다. 유럽 금융권이 전 세계 선박금융의 70%를 담당하기 때문에 조선주는 유럽 상황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화그룹은 석유ㆍ화학경기 부진의 영향으로 한화케미칼의 주가가 폭락하면서 시가총액이 13조원대로 27.3% 줄었다. 김승연 회장의 지분가치도 18.8% 감소했다.

한진그룹도 세계경기 부진에 시가총액은 27.2%, 조양호 회장의 지분가치는 27.3% 각각 줄었다.

반면에 SK그룹과 두산그룹은 상대적으로 선전했다.

SK그룹의 시가총액은 6월 말에 비해 8.4% 감소하는데 그쳤다. 최태원 회장의 지분가치는 같은 기간 오히려 6.4% 늘어났다. 다른 주요 SK계열사의 주가가 하락했으나 최태원 회장이 유일하게 지분을 보유한 SKC&C의 주가는 상승했기 때문이다.

두산그룹도 시가총액이 0.14% 줄어드는데 그쳤다. 대신 박용곤 명예회장의 지분가치는 65.2%나 급감했다. 지난달 17일 두산 주식 60만주를 자녀들에게 증여한 탓이다.

double@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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