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업계가 수십억원을 들여 만든 수소·연료전지 발전시스템 실증사업이 ‘무용지물’로 전락했다.
지난 2005년 포스코와 조선대가 각각 25억원과 1억원씩 총 26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한 조선대 병원 용융탄산염 연료전지(MCFC형) 시스템이 수년째 가동 중단 상태다. 도시가스 연료활용 연료전지 실증을 위한 이 시스템은 초기 1년여 동안 가동됐을 뿐 수년째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포스코, 사후관리 ‘나 몰라라’=2005년 연료전지산업을 신성장동력산업으로 확정한 포스코는 포항산업과학연구원에 연료전지 전용 실험동을 준공한 뒤 조선대병원과 서울탄천하수처리장, 남동발전소 등 세 곳에 ‘MCFC형’ 수소·연료전지 발전시스템을 구축했다.
수소·연료전지 발전시스템은 대기의 산소와 수소를 반응시켜 전기를 생산하는 설비로 이산화탄소나 질소산화물 등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친환경 기술이다. 배터리와는 달리 연료가 공급되는 한 재충전 없이 계속해서 전기사용이 가능하며, 반응 중 발생한 열은 온수생산으로 급탕과 난방이 가능하다.
설치 1년이 지나면서 문제가 드러났다. 미국 FCE사에서 들여온 핵심장비 ‘DFC 300’의 잦은 고장과 연료공급 등에 따른 관리·운영비 문제로 주관기관 포스코파워가 두 손을 들었다. 포스코파워는 연간 1억원에 달하는 운영비 문제를 놓고 해양도시가스와 연계하는 방안을 조선대병원과 협의했지만 이마저 불발됐다. 서울탄천하수처리장 등 비슷한 기간에 설치된 다른 두 곳의 시스템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조선대병원 시설관리팀 관계자는 “학교 측에서는 부지만 제공하고 나머지는 포스코에서 담당하기로 했다. 설치 1년간은 문제없이 활용되다 이후 잦은 고장과 수리비 문제 등으로 가동이 중단됐다”며 “미국에서 들여온 시스템이다 보니 출장비, 부품비 등 관리운영비만 연간 1억원에 달해 사실상 손을 놓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포스코파워 관계자는 “오래전 일이라 세부사항을 체크하지 못했다. 다만 과제 수행기간이 종료돼 가동이 중단될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현재 운영관리 중단에 대한 사유를 파악 중이며 향후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답변했다.
<뉴스의 눈> 연료전지 시스템 주변은 쓰레기장화
조선대 병원 인근에 설치된 융탄산염 연료전지(MCFC형) 시스템 주변은 조선대병원 폐기물처리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시설물 대다수가 녹이 슬고 배기구는 부식이 심각하다. 당초 조선대 세탁소와 목공소 등에 공급되는 도시가스 배관 역시 노화돼 끊어진 상태다. 연료전지가 에너지를 만든다고 해도 공급관이 끊어져 있으니 실효성이 없다.
누적 발전량과 누적 발전시간을 알려주는 디스플레이의 경우 가동이 오랜 기간 중단된 흔적이 역력했다. 사용연료인 혼합가스와 질소통 16기는 안전커버가 분리된 채 무방비로 노출돼 있었으며 유통기한도 1년 가까이 지나 파열 우려마저 제기된다. 파워부스터를 비롯해 핫 워터 펌프 등 핵심 장치들도 거미줄과 먼지로 덮여 있다.
포스코는 국내에너지 소비량 8~10%를 쓰는 에너지 다소비 기업이다. 지난 2006년 발전사인 한국종합에너지를 인수한 후 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를 담당하는 포스코파워를 설립했다. 조만간 소형건축용으로 활용 가능한 ‘SOFC형 연료전지’ 조기상용화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실증사업 종료 후 한전에서 들여오는 전기 대비해 자가발전 경제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이유로 연료전지 시스템 관리를 외면했다. ‘SOFC형’에 비해 사업성이 떨어지는 ‘MCFC형’은 자연스레 관심 밖으로 밀려났기 때문이다.
관련업계는 재가동을 위한 재원마련과 효율적인 시스템 정비, 도시가스공사 이관 등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2014년 국제수소학술대회를 비롯해 수소자동차 실증사업 등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면서 “포스코가 대표적인 사회적 기업인 만큼 연료전지 시스템 재가동을 긍정적으로 검토해 달라”고 말했다.
광주=서인주기자 sij@etnews.com